죽도록 살고 싶어

2006-07-27
오늘, 오랜만에, 작년을 함께 한 친구들과 만났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내가 사귀었음 싶은 사람의 얘기를 하면서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얘길 하는 것 만으로도 왠지 메롱에게 복수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과거는 과거로 남기자는 말은 뭐였을까? 아직도 왜 메롱에게 경쟁심을 느끼는 걸까? ㅎㅎㅎ 나의 나약함, 비웃어 주자. 비웃어 준다고 해서 나약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현재이길 바라지 않아. 어떤 형태로든.

그래도 어쨌든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메롱을 비난한 말이든 비난하지 않은 말이든 메롱에 관한 모든 말은 다시 나의 나약함으로 돌아왔다. 좀 우아할 수 없어? 나 자신을 힐난한다. 따지듯이 묻는다. 좀 우아하면 안 되겠어? 그렇게 꼭 까발렸어야만 해? 알잖아, 너의 입이 메롱의 입보다 훨씬 더 독하다는 것. 내 입은 메롱에게는 없는 무기. 자기자신조차 정의하지 못하는 메롱을 그렇게 나의 입으로 재단했어야만 하나…

후회가 무슨 소용, 추한 내 모습을 비난한들 무슨 소용, 그 높은 목소리에 부끄러움을 느낀들 무슨 소용… 나는 자리만 생기면 또 똑같은 말을 똑같은 어조로 할 텐데… 주변이 시끄러웠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제일 좋은 것은 입을 다무는 일. 그렇게도 이해받고 싶나?

응… 그렇게도… 이해받고 싶어… 이해받고 싶어… 이해… 받고… 싶어…

나의 이 미칠듯한 심정을, 이 미칠듯한 심정을, 이 미칠듯한 심정을…

그래, 나는 아직도 미칠듯한 심정인 거구나… 아직은 미칠듯한 심정이라는 거지…

시간이 더 가길 기다려야겠다. 그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겠다. 그것 밖에는 약이 없겠다. 헤어진 옛날 애인이 미워서 미칠듯한 심정인 채로 새로운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지도 않다. 조금은 더 정리되었음 싶다. 조금 더 혼자 있고 싶다.

오늘 낮에는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을 두 번째로 봤다. 조니 뎁은 캡틴 잭 스패로의 역할을 협잡꾼이라고 했는데 딱 맞는 말이다. 그리고 협잡꾼 캐릭터가 그렇게나 매력적이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뭔가 열에 들뜬 듯 하지만 사실은 싱거운 게 내 삶이다. 여태 영화관에서 두 번을 본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이다. 장장 33년간 말이지. 나는 무엇에도 빠지지 않기 위해서 버둥거리며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삶을 살아왔다. 오늘 처음으로 한 영화를 영화관에서 두 번 보았다. 앞으로 몇 번쯤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좋아한 영화가 ‘캐리비안의 해적’이 처음은 아니지만 영화관에서 두 번을 본 영화로는 처음이니 내친 김에 아주 지겨워질 때까지 봐버리고 싶다. 아주 족하다 싶을 때까지 보고 싶다. 내친 김에 내일 조조를 예매할까 보다. 이제까지 지뢰밭을 걷듯 조심스레 걸어온 삶에 안녕을 고하고 용감하고 모험적인 인생을 살고 싶다. 겁 없이 나가고 싶다. 이리 살아도 어리석고 저리 살아도 어리석은 인생을 피할 수 없다면, 없는 지뢰 따위 겁내고 싶지 않다. 죽도록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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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 2

댓글 2개

재구성님의 코멘트

재구성
미워서 미칠듯한 심정으로 누굴 만나는 거 아니라는데 동감임다...그런데, 시간이 가길 기다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더라는 경험을 전합니다...저는 긴 상담에 들어갔습니다...미워하고 분노하는 나를 혐오하는 대신, 이것과 저것을 가려내고, 그냥 있었던 사실과 그 사실에 대한 나의 감정을 가려내고 그 감정의 뿌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내 깊은 속마음을 내가 봐주는...그런 시간으로 지나야 할 것 같아요...그래서 저는 전문가와 상담이란 걸 합니다...살아날 수 있다는 예감중입니다...멋찐 뽀님!! 맛나게 살 수 있는 침잠의 시간, 잘 보내실거라!!

지금님의 코멘트

지금
다행이다.. 죽도록 살고 싶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