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미

2006-08-07
나는 요즘 ‘남성미’에 푹 빠져있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오다기리 조가 출연한 일본영화 ‘유레루’를 봤다. 오~ 나름 심오한 영화였으나 내 눈은 그저 ‘메종 드 히미코’에서 익숙해진 오다기리 조의 뒤를 쫓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메종 드 히미코’에서 내 눈을 끈 것은 그의 얼굴이라기보다는 패션이었다. 엉덩이가 꽉 끼는 맞춤 바지와 눈부시게 하얀 와이셔츠. 하지만 아무리 옷차림이 좋았다고 해도 역시 그 중심에는 꽉 끼는 엉덩이, 엉덩이가 있었다.

유레루에서는 입고 나오는 옷이라야 거의 두세 벌이 다이고 그나마 메종 드 히미코에서처럼 색기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보고 배우의 캐릭터를 봤다. 배우로는 너무 마른 몸이다. 그 마른 몸의 선에 한숨짓기도 하지만. 나름 성깔 있는 배우로 보이는데 지금처럼 말라서야 어떻게 다양한 연기 세계를 펼쳐보일지, 죽어가는 애인 옆을 지키면서 젊은 여자의 생명력에 끌리는 게이나 고향을 떠나 도쿄에서 성공한 편협한 사진작가로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말이다.

요즘 좁은 일상의 틀을 약간 벗어나 전보다 조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만나면서 남자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열심히 보고 있다. 마치 사춘기 소녀가 이성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것처럼 남자들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본다. 10대 중반에 시작해서 20대까지 했어야 할 탐구를 요즘에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어휴~~ (제때 하는 게 뭐 하나 없냐?)

이김에 확실히 탐구를 해줄까 생각 중이다. 삼십대 중반이니까, 이성을 탐구하려면 사십대나 오십대보다는 지금이 낫지 않을까 싶다. 뭐, 사실 지금이 나아서 하는 건 아니고 이제서야 탐구의 대상으로 보이니까 그런 거지. 이제서야? 움… 아마도 이제서야. 탐구는 열심히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부장제의 아내나 며느리는 되기 어려울 것 같다. 너무너무 이기적이라서인가? 가족을 원하는 내 강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가부장제의 여자는 될 수 없을 것 같다. 이것도 나름 난관이다. 가족을 이루는 데 남자 만나 결혼하는 것처럼 쉬운 게 없는데 말이지. 어느 천년에 나와 같은 여자-동성인 여자를 만나서 가족을 이루길 원하면서 또 나를 원하는 여자, 또 내가 원하는 여자-를 만나서 가족이 될까?

흠흠… 천둥이 몇 번 치더니 비가 내린다. 죽자고 찌더니 비가 내리는 구나. ‘어느 천년에…’ 이러고는 있지만 그래도 나는 요즘 왠지 굉장히 낙관적인 분위기에 젖어 있다. 꼭 누군가를 만나고 못 만나고 안 만나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저 인생이, 삶이, 세상이 파도 친다 해도 잘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저 파도가 없는 것은 바다가 아니듯이 난관이 없는 것은 인생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뭐,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겁이 별로 안 난다. 전에는 무지 겁났는데. 겁이 너무 나서 항상 거북이 등딱지 속에 숨어 요렇게 올려다보는 느낌이었는데 말이다.

사람이라면, 정 못 만날 것 같으면, 지금부터라도 혼자 곱게 늙을 준비를 서서히 하면 되지, 뭐 이런 생각을 하는 거다. 오늘은 어쩐지 메롱에 대해서도 꽤나 관대한 기분이 든다. 여유롭네…
일반
빠알간 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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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님의 코멘트

지금
나를 원하는 여자, 또 내가 원하는 여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