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보다는 성장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을 다시 봤다. 좋은 영화는 두 번 봐도 좋다. 흠… 역시 좋은 영화. 처음 볼 때는 눈치 못 챘던 여러가지 사소한 것들이 눈에 띈다. 역시 좋아. 아, 둔한 것도 타고 나야지, 정말 인생 피곤해서… ㅎㅎ

조제가 츠네오의 셔츠를 입고 있는 장면이 있었다. 한동안은 그렇게 마치 혼인한 남편과 아내인 것처럼 살았던 거지, 신혼부부처럼 혼연일체가 되어서.

조제가 걸을 수 없다는 것, 불구라는 점은 은유다. 모든 인간은 독립하기 전에는 불구이다. 걸을 수 있어도 걸을 수 없어도 마찬가지이다.

성장과 성—세상에서 가장 야한 섹스를 하려고 저 바다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왔지—이 결부되는 지점은 나에게는 아직도 아리까리다. 분명히 심금을 울리는 데 머리에서 접수를 안 해준다. 이건 ‘안개 속에’라는 외국 영화를 봤을 때와 비슷하다.(제목을 제대로 기억하는 걸까? 어린 소녀와 소년-은 소녀의 동생-이 엄마를 찾아서인지 부모를 찾아서인지 길을 간다. 영화 말미에 소녀는 강간을 당하는데 그러고 나서 두 남매가 배를 타고 가는 강은 마치 차안에서 피안으로 가는 강 같은 느낌을 준다. 기독교식으로 말하자면 요단강을 건너는 느낌이랄까, 죽음이지만 죽음이 아닌, 부활 또는 구원과 연결된 그 느낌… 심금은 울려주는데 머리통이 영 접수를 못한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도 느꼈지만 등장하는 젊은이들이 참 밝고 건강하다. 조제와 츠네오가 처음 손을 잡았을 때 대담함과 건강함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나도 분명 이십대일 때가 있었는데, 나의 이십대는 정말 컴컴했다 ㅠㅠ 저에 비하면… 아아… 이제와서 어쩔 수 없지만, 마치 젊음이 없었던 듯 느껴지는 이건 뭐지? 바보다…

사랑은 피고 진다. ‘낭만은 짧고 생활은 깁니다’ 사랑은 피고 지고 생활은 순환한다. 조제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장을 보고, 혼자만을 위해서 요리를 하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바닥으로 뛰어 내린다.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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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