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시깽이, 우울증, 횡설수설

2006-11-22
밤마다 티비를 본다. 늦은 밤에 하는 프로그램은 ‘고스트 앤 크라임’, ‘다크 앤젤’, ‘씨에스아이’, 기타 등등…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하지만 티비에 푹 빠져있다.

밤마다 불행하다는 느낌에 시달린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나의 현실 인식과 대처는 조악하기 그지 없으니 도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어떻게 살아야 남에게 짐이 되지 않을 수 있나? 어떻게 살아야 내 두 발로 일어설 수 있나?

밤마다 불행하다는 느낌에 시달린다. 불행하다는 느낌에서 도망치기 위해 티비를 본다.

조제…를 다시 생각해 봤다. ‘사랑 보다는 성장’일까? 아니면 ‘사랑을 통한 성장’일까? 뭐 거기서 거기인지도…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니까… 인간이 두 발로 서는 데 사랑이 왜 필요한지, 경험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필요한지 말해주고 있다… 는 쪽이 맞다 싶다. 참, 무슨 말을 간단히 못하고 이리 복잡하게 하는지… 내 맘이 요즘 그런지…

가족을 원해,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좋은 배우자, 좋은 가족의 일원은 되지 못할 것 같아. 그런데 그런 내가 가족을 원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내 삶에 끌어들이고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면, 가족의 일원으로서, 배우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의 삶은 뭐가 되는 거지? 그러니 나는 가족을 꿈꾸지 않는 게 나을까? 나는 아무 것도 양보하고 싶지도 희생하고 싶지도 않고, 지금 내가 가는 길에 어떤 양보나 희생을 바란다면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런데 나는 지금 무슨 길을 어디로 가고 있는 건데?

생각은 늘 쳇바퀴… 거기서 거기를 멤돈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그리고 밤마다 불행하다는 느낌에 시달린다. 아, 맞아, 요즘 낮에 하는 일이 너무 재미없고 보람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책을 만든다. 나는 작가는 아니다. 나는 편집자다. 작가가 아니라도 편집자의 일은 책의 완성도에 무지무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일도 복잡하고 힘들다. 그런데 내 경력이 비록 일천하지만 날이 갈수록 편집자를 워드프로세서 비슷하게 돌리는 구조가 되는 것 같다. 출판사라는 데가. 또는 지금 출판사에 있는 늙다리들의 사고방식이라는 것이. 요즘에는 정말 일이 재미없어 미칠 지경이다. 미칠 지경이다. 그래서 불행하구나…

참, 한편으로는 내 삶을 두고 이제는 앞으로 삶을 갈이 꾸려갈 배우자를 시급하게 만나줘야 할 때인데, 나는 혼자 계속 살기는 싫은데, 아무나 지나가는 머시깽이를 보며 침 흘리기도 싫고, 내 것이 갖고 싶고, 그런데 나 자신은 과연 가족을 감당할 만한 인격인가만 생각하기에도 머리털이 빠질 지경인데, 일도 재미 없으니 참 살맛이 안 날 만도 했구나… 쩝…

낮이고 밤이고 재미있는 있는 하나도 없구나, 요즘, 그래서…

게다가 나는 왜 이렇게 바보일까? 맹랑한 어린애한테 휘둘리기나 하고… 뭔가 불편하고 불쾌하고 부아가 끓는데도 나는 왜 그런 감정, 현상, 사실에 이름을 붙이지 못하고 정의를 못하고 그래서 인식을 제대로 못하면서 뭉기적뭉기적, 마치 내가 싼 똥 깔고 앉은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걸까? 죽어, 죽어!

니 나이가 지금 똥싸서 깔고 앉았을 나이냐? 나이 값을 해야지! 그 나이 먹었으며 제 앞가림은 해야지! 아무한테나 휘둘리고, 어린 것들한테 휘둘리고, 이용하려는 것에게 밥이나 사고 앉았고… 똥을 싸라… 진짜…

타인이 이기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접수가 그렇게 안 되나? 사람에게 이기적인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정의가 안 되나? 눈 앞에 보면서도 질질 끌려가는 건,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꼼지락을 못하는 건, 도대체 누굴 닮았냐? 안되면 조상탓이라더니… 누굴 닮긴 누굴 닮어, 못난 너가 그렇게 태어난 거지…

아 정말 인생 어려워서 의욕이 안 난다.

누구는 몇 살 차이도 안 나는데 ‘후회하지 않아’ 같은 영화도 찍었더만… ㅠㅠ

‘후회하지 않아’는 정사 장면이 너무 적었다. 움… 감독이 너무 우아하게 가려고 한 것 같아. 이반 한 명, 일반 한 명과 같이 봤는데 둘 다 별로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좋았다.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정사 장면이 너무 적은 것과 둘이 바닷가에서 마주 보기만 하고 입 맞추지 않는 것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바닷가에 말을 타는 사람들이 여럿 있기는 했지만 꼭 뽀뽀할 분위기였는데 말이야…

‘후회하지 않아’가 야한가? 야한지도 모르지만 막상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정사 장면은 부족했다. 현실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저 예쁘기만 했다. ‘후회하지 않아’에 어울리지 않는 ‘왕의 남자’풍 로맨스를 끌여들였다고나 할까? 기혼 게이를 상대하는 호스트의 일은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막상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낭만적으로만 비추니 뭐랄까 나는 균형이 잡히지 않아 비틀거렸다. ‘어엇! 이건 뭐지?’ 뭐 이렇게…

그런데도 나와 함께 영화를 본 일반은 왈, ‘게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무슨 편견? 거기 무슨 편견을 조장할 만한 게 있어? 그리고 또 왈, 자신은 ‘브로크백 마운틴’과 같은 감수성을 기대하고 왔다든가? 그런데 전에도 말했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을 같이 보고 나서 내 동생이 한 말이 바로 그 대사였다. ‘이 영화는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어 심히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우시다’고.

왜 사람들은 게이 섹스만 나오면 질겁을 하나 몰라? 별꼴이야. 지들은 포르노두 봄서. 게이는 섹스하면 사랑이 아니야? 게이는 플라토닉 러브만 해야 해? 게이가 무슨 지들의 낭만적인 환상의 마지막 보루인 줄 알어? 진짜, 별꼴이삼.

난 좋기만 하드라. 모자라서 부족했지. 거기 어디가 뭐가? 여튼 많이 깨여서 레즈비언들이랑 놀러다니는 일반 언니가 그렇게 말할 정도니 나의 유감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은 상당히 열심히 자제를 하셔서 수많은 일반 관객을 배려하신 건지도… 쩝…

아아, 인생 재미없어, 정말. 이 업계에 들어온 후에 요즘처럼 찍기 싫은 책 만들기도 첨이다. 이건 정말 나무에 대한 테러야… ㅠㅠ 게다가 이 책으로 공부할 애들한테는 무지 미안한 노릇이고… 대한민국 선남선녀가 영어 못하는 이유가 다 있더란 말씀이지… 나무에게 미안한 이 책의 저자들이 좋은 학교의 쟁쟁하신 영어 선생님들이니 내가 말 다 했다고…

실망도 다 했다고…

인생이 아주 머시깽이 같다고…
일반
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