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요즘 하루하루의 삶이 너무 정신이 없어서 흠… 일기를 매일 쓰기로 했다. 뭐가 됐든, 매일 쓰자.

며칠 전에는 전화기 알람 소리에 일어나서 전화기, 벽시계, 버스 시계를 다 잘못 보고 회사에 아침 10시에 도착했다. 심지어 엠피쓰리플레이어로 라디오도 들으면서 갔다. 유열의 음악앨범이 시작하는데 ‘이게 8시부터 10시까지 하는 거였지’라고 새삼스레 생각하기도 했다. 뭐가 이상하긴 이상했던 거지. 유열의 음악앨범이 8시에 시작이라니… 참나, 라디오를 하루이틀 듣는 것도 아니고… 거의 매일 지각하다싶이 출근하다가 9시 맞춰 가려니 왠지 뿌듯한 마음에 커피집에 들러 커피까지 샀다. 웬만하면 회사 가서 있는 커피 타먹지만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려니 무지 우울했거든… 근데 여튼 그게 10시 5분 전이었던 거지… 커피가 든 종이컵을 들고 뿌듯하게 걸어가는데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휴가 냈어요?’ ‘아뇨! 지금 다 왔어요!’ 왜 9시도 안 됐는데 전화는 하고 난리인가 하면서 뿌루퉁하게 대답을 하고 전화기를 보니 9시 57분이었다. 혼비백산(魂飛魄散)…! 혼이 날아가고 넋이 흩어진다. 하아…

월요일, 안 그래도 회사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 우울한데, 늦잠 자고 지각하는 거야 늘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귀신에 홀린 듯이 착각을 해서야…

아침에 일어나면 TV부터 켠다. 24시간 뉴스채널을 틀고 혹시 밤새 무슨 천지개벽이 일어나지는 않았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잠시 지켜본다.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그제서야 일어나 뭐를 먹든 씻든 한다.

가끔 나만 두고 세상이 통째로 어디로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스무 살에 배낭 여행을 갔을 때는 지구상에 유럽만 두고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에 있는 가족이 우주 속으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에 시달렸다. 독일 어디에선가 땅 밑을 파서 만든 박물관에 들어갔을 때는 그 느낌이 너무 강해졌다. 한 번 들어가면 완전히 통과해야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구조였다. 그때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체험 박물관이었는데 낯설어서 였는지, 땅 밑이라서 였는지, 혼자 있다는 느낌이 유독 강해지면서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등골에 식은 땀이 흘렀다. 도중에 빠져나가고 싶어도 빠져 나갈 수 없는 구조라서 더 공포를 느꼈던 것 같다.

사람들은 다 맞는 시계를 보고 있는데 내 시계는 항상 틀린다든가, 사람들은 다 버스든 택시든 자가용이든 타고 도로를 이동할 수 있는데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도무지 아무것도 탈 수도 없고 어디에도 다다를 수 없다든가, 아무리 애를 써도 남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든가…

악몽이다. 그런 악몽 중 하나가 이렇게 실현되다니… 끔찍해서, 오늘도 멍청한 짓을 했습니다, 하는 얼굴로 대략 헤벌레하게 있었지만, 끔찍해서…



일반
빠알간 뽀 2

댓글 2개

지금님의 코멘트

지금
뽀(님)~ 회사 잘(?) 다니시는 군요.걱정되었는데... 뽀의 일기가 한 동안 올라오지 않아서 그만두셨나 했답니다~ 행여 제가 리플다는게 누가 될까 싶어 아주 조심스럽게 글만 읽고 갔더랬지요~ 뽀(님)의 일기 즐겁게 읽고 있는 사람이에요~

뽀님의 코멘트

지금님, 안녕하세요? 저도 지금님이 어디 가셨나, 했답니다. ㅎㅎㅎ 뭐 누까지 되겠어요? 글케 조심 안 하셔도 돼요. 대충 힘 빼고 살아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