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 갈 때라도 내 눈을 똑바로 봐

사람들은 좋아보이지만 잔혹하다.

전에는 이런 글을 읽으면 늘 감상적이 되었다.
이런 명제를 읽으면, 인간성의 상실을 슬퍼하고 어쩌고 어쩌고...

지금은 '그래서 뭐? 사람은 잔혹한 거야.'

그러니까 인간성의 상실 따위가 아닌 거다. 애초에.

사람들은 잔혹하다. 이건 슬퍼할 일이 아니다. 그냥 현실이다. 우리 모두가 만족스럽고 걱정이 없는 낙원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사람도 세상도 잔혹할 수 밖에 없다. 아플 일이 아니다. 불평할 일도 아니다.

나도 좋아보이지만 잔혹하다. 발톱 좀 세운다고 서로 죽고 죽이는 것도 아니다. 나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남의 선의도 믿어라. 잔혹하다지만서도 결국은 타인의 선의, 세상의 선의를 믿는 것이 용기다.

서로에게 안녕을 말하며 돌아서 갈 때 너는 잠깐 나를 보는 듯 하지만 한편으론 냉담해서 다른 편으론 두려워서 내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내 옆의 허공 어딘가까지 왔던 너의 시선은 곧바로 다시 앞으로 돌려진다. 나는 네가 누구에게 안녕을 말하는지 알지 못한다.

누구보다 너 자신을 착하고 선하고 옳고 바르다고 믿는 너인줄 알기에. 너 자신을 믿는 만큼 남을 믿으라고 말한다. 내가 발톱 세우고 으르렁 거린다고 네가 죽지도 않으며, 너에게도 그만한 발톱은 있다. 그리고 너도 나 못지않게 그 발톱을 갈고닦아서 세우고 있다. 너 자신은 그걸 모르겠지만. 또는 모른척하고 싶겠지만. 후후... 너는 자신의 발톱을 두려워할 만큼 연약하다. 그 연약함은 선함이 아니다.

나는 네게 가능하면 발톱을 보이고 싶지 않지만, 나 또한 패배를 두려워하는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늘 어리석다고 탓을 하면서도 또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고 만다. 결국 나는 너에게로 향한 이 발톱을 거두지 못할 것 같다. 너와 마주하고 있는 한은 늘 으르렁 거리게 될 것 같다. 그러니까 나도 이쯤에서 포기한다. 이제 할 일은 서로를 믿는 것 뿐이다. 마치 나 자신을 믿듯이.

마치 나 자신을 믿듯이. 때로 적은 친구보다 내 얼굴을 더 잘 들여다보게 해준다. 네가 나의 맞수인가? 아, 그건 정말 반성할 일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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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