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엄마를 몇 년은 안 봐야겠어.

요즘 다시 가끔 나를 괴롭히는 엄마 꿈을 꾼다. 속이 터지게 답답해서 소리를 지르고 가슴을 치고 화를 내고 신경질을 부리다가 오늘은 드디어 이 말을 했다. “엄마, 나는 엄마를 몇 년은 안 봐야겠어.”

잠이 깨서 왜 또 요즘 다시 이 꿈을 꾸나, 생각하다가 이런 말을 하기는 처음이란 걸 알았다.
나는 뭔가 달라진 게지. 그리고 현실의 엄마와 원형의 엄마가 어떤 점이 닮아 있는지도 알았다.
현실의 엄마가 원형의 엄마와 구분이 안 돼서 내가 많이 서운하게 했는데, 역시 현실의 엄마는 원형의 엄마와 닮은 구석이 있었다.

흥흥흥!

“엄마, 나는 엄마를 몇 년은 안 봐야겠어.”라고 말할 만큼 이제 나는 의무감으로 사는 인생에서 벗어났다.
어째야만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이 내리누르고 짓누르는 인생에서 벗어나고 있다.
나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숨이 막히지도 않고 말이 막히지도 않는다.
그저 포기한다. 내 힘이 닿지 않는다는 걸 안다.
너무 힘들어서 쓰러질 정도라면 그저 쓰러질 뿐이다.
죽자고 버티지 않는다.
“엄마, 난 엄마를 몇 년은 안 봐야겠어.”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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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