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지자, 함께 살기 위해서

오늘 ‘나의 또라이’와 장장 한시간여 대화를 나누었다. 회의 시간에 참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길래 끝나고 나왔다가 다시 회의실로 좀 들어가자고 했다. 마침 퇴근 시간이었다.

최대한 억제한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손은 떨렸고 그녀의 목덜미는 가슴께까지 붉어졌다 식었다를 반복했다. 그녀의 붉은 살갗을 보면서 아마 내 얼굴도 저러려니 생각했다.

말끝에 그녀는 말했다. ‘저는 단순한 사람이에요. 지금 제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어요.’ 왠지 선선히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아효~ 나와 너무 비슷한 그녀라니깐…

상대방을 믿어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믿어도 될 것인가, 아니면 또 뒤통수를 맞을 여지를 남기는 것일까? 나는 지금 방어적인가, 오바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이게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 건가? 나 자신에 대한 의심과 세상에 대한 의심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발버둥을 쳐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고통.

그녀와 조금 더 친해지고 하지만 나를 침범당할 정도로는 친해지지 않기. 아기 같은 그녀와.
그녀의 엄마 노릇을 한답시고 나서지 않기. 오지랖 뽀와.

너무 약하고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한없이 무례해질 수 있는 그녀란 점을 잊지 말고 강해질 것. 조금 더 강해질 것. 함께 살기 위해서. 나를 위해서. 공평할 것. 정의로울 것. 이 안에서.

그녀는 자기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강한 모습, 강해질 수 있는 싹도 보여주었다. (싹수 있는 것이 되었다!) 나는 왜, 나는 왜 이토록 그녀를 도와줄 수 있을 것만 같은지. 그러나 그럴 수 없다.

나는 그냥 내 자리에 있는다. 나는 그냥 내 자리에 있는다.
그리고 공평하게, 싸울 것은 싸우고 챙길 것은 챙겨 주면서 지낸다.
남으로서. 한 사람의 남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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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