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째얄지 모르겠다…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무슨 재미있는 일이고 무슨 보람있는 일이라고, 정말 직장이라서, 일이라서, 할 수 없어 하는 일인데, 이 일을 어떻게 혼자 헤쳐나간단 말인가…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단지 피곤한 월요일인 것을 내가 과장하는 것인가…
하지만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차장이 처음 우리 팀에 왔을 때, 그때도 우리팀은 무지 빡빡한 일정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일 중간에 팀장이 바뀐 거였고, 우리팀은 거의 전투적으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한 팀장이 매일 칼퇴근을 할 때도, 매일 십 분 일찍 점심 먹으러 나가서 십 분 늦게 들어오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늘 하던 일과를 이어나갔다.
한 달에 스투던북 한 권, 워크북 한 권, 교사용 해설서 한 권을 마감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한 달은 너무너무 빠듯했다. 팀장이 칼퇴근을 해도, 우리팀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야근을 하고, 팀장이 전임 팀장의 몫을 감당하지 못해서 그것이 전부 팀원들에게 떨어졌을 때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라는 것은 거짓말이다. 불평은 있었다. 하지만 나는 대수롭게 듣지 않았다. 왕싸(아)가(아)지바가지에게 목을 졸리느니 나는 그냥 조용히 앉아 있다가 시간 되면 퇴근하는 점잖은 팀장이 훨씬 나았다. 왕싸(아)가(아)지바가지에 인격파탄에 벽을 보고 얘기하는 것 같은 전임 팀장보다는 그래도 귀 달린 사람 같은 지금의 차장이 좋았다. 그래서 불평 없이 야근하고, 목을 조르는 마감 일정에도 꿋꿋이 버텼다. 차장은 그때 우리 팀이 일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러거나 저러거나 어쩌거나 저쩌거나 편집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고독한 일이다. 고독하고 꼼꼼한 일이다. 편집하는 사람들은 모두 고집과 뚝심, 자존심으로 일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지금 이 모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때처럼 중간에 뚝 떨어진 팀장이 아니지 않나… 혼자 내버려둬도 굴러가게끔 과정이 틀에 박힌 일도 아니지 않나… 도대체… 도대체 나는 이런 식으로 일하기는 싫다…
지난 삼년 동안 여러 번, 분명 나의 팀장임에도 불구하고 툭하면 자기가 나서기 싫은 일에 나를 내세우는 것을 참아왔지만, 자기가 책임져야 할 일을 쭈빗쭈빗 미루다가 무슨 내 허락 받듯이 일하는 버릇도 참아왔지만, 밥 한 번 흔쾌히 사지 않으면서 나를 친구 취급하는 것을 참아왔지만, 팀장은 팀장이고 팀원은 팀원이지, 무슨 나를 친구 삼으려 하는가 말이다. 나를 동격 삼으려고 하면 안 돼지. 피하고 싶은 인간 관계에 끼워넣어 대충 방패 삼는 것도 내가 단지 아랫사람이기 때문에 참아 줬고, 내가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팀장이기 때문에 챙겨줬지만 지금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지 않나…
정말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