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날짜: 2014. 2. 21. 금요일.

인터뷰이: 진기

나이: 25

생년월일: 1990. 3. 20

종교: 없음

인터뷰어: 홍시

 

 

남성역의 작은 카페에서 진기를 인터뷰했다. 나는 1월 말 즈음 친구를 통해 알게 된 한 여성주의 세미나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적극적으로 활동들을 하면서 사는 그녀의 삶이 궁금했고 내가 못하는 것들을 잘 하는 그녀에게 무언가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것은 고맙게도 인터뷰를 허락해 준 그녀와 한 시간 반 정도 이야기한 것의 기록이다. 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이의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것은 사실 이런 짧은 단편으로는 끝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녀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것은 늘 가시화되지 않는 레즈비언의 삶이 작은 한 파편으로라도 세상에 드러나길 바라기 때문이다. 

 

지금 20대를 살아가는 레즈비언인 그녀의 현재를 기록하면서 나는 그녀가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었을 때를 상상해 본다. 한 사람의 삶은 그가 살아가는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진기의 이야기 역시 그렇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세대가 바뀔 때 즈음이면 이곳에 적힌 이야기는 생애사라는 말 그대로 사료가 될 것이다. 그때 이 이야기는 어떻게 읽히게 될까. 최명환씨의 삶을 읽어내면서 나는 협소하게나마 그 시대를 상상한다. 

 

그것처럼 진기와 내가 쓴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홍시(이하 홍): 먼저 진기라는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별명을 쓰는지가 궁금해요.

 

진기(이하 진): 기본적으로 성소수자 활동을 하면서 이름을 드러내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제 이름(본명)이 되게 예뻐요. 성소수자 활동 하면서 이름 드러내놓고 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고 워낙 이(반) 문화 안에서는 닉네임 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더 복합적으로 얘기하자면 이름을 쓰면 성을 쓰냐, 안 쓰냐를 고민해야 하는 것도 있고. 내가 스스로 불릴 이름을 정한다는 것의 의미도 있었어요. 제가 활동을 처음 시작한 게 2007년 즈음인데요, 그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그 당시 사귀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헤어지자고 했어요. 헤어지자고 했다기보다 호모포비아였어요. ‘우리’의 존재를 부인하고 우리는 자연스럽지 않은 존재니까 헤어져야한다, 그런 얘기를 한 게 그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바꿔야겠다. 그게(호모포미아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려서 편견들을 바꿔야겠다, 세상을 바꿔서 그녀를 나에게 돌아오게 해야겠다. 그런 마음 이어서. 당시 친구들이 워낙 같이 다니니까 커플 같다고 놀리면서 그 친구 이름 한 자랑 제 별명 뚜기에서 하나씩 따서 진기 커플이라고 불렀어요. 그 때 사명감에 넘쳐서 만든 닉네임을 썼는데. 지금은 그런 의미는 없어졌지만 계속 그 이름을 쓰고 있어요.

 

홍:　지금도 연락해요?

 

진: 연락 끊긴지는 5년 된 것 같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것 같았지만 남자를 엄청나게 만나면서 잘 살고, 잘 살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열심히 살고 있더라고요.

 

홍: 그런데 그 친구가 호모포비아인데 어떻게 사귀게 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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