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동물을 기르거나, 아이를 키운다거나 하는 일에
전혀 관심도 소질도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심지어 그런 것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정말이지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지고 현기증이 올 것 같이 힘들어 보였고요.
그런데 20대 후반이 되니까 간사한 사람맘이 오락가락합니다.
뭔가 그래도 숨쉬는 무엇이 나와 함께 지내준다면,
그것만큼 내가 여기 이렇게 숨쉬고 있다는 걸 확실히 확인해줄 존재가 또 있을까 하고요.
한편으로는 파트너와 동거 중인 저에게
제 3의 동거견(개)이나 동거묘(야옹이) 혹은 동거아이(?)가 굳이 필요하냐고 묻는 친구들도 있는데,
오히려 이건 별개의 문제인 것 같더라고요.
둘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해줄 수도 있고,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고,
타인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르쳐 주는 존재로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좁은 원룸 생활과,
집세도 내기에 빠듯한 형편,
불규칙한 근무 환경 속에서... 누군가를 책임지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건
당장에는 무책임한 일인 것 같아서
포기하지 않고 연습모드부터 시작하기로 맘먹었습니다.
식물친구부터 시작해 봤어요.
재작년부터 기르기 시작한
고무나무와 아이비는
재작년 봄에(딱 요즈음!) 전철역 앞 트럭에서
각각 삼천원에 모셔왔는데,
벌써 2년이나 됐는데도 튼튼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성공이라고 칭찬해 주실 수 있지만,
함께 입양(?)했던 로즈마리허브는 뿌리가 말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는 이별을 경험하고
마음에 묻었어요.
엊그제 지하철 역을 나오는데 또 트럭에서 화분을 팔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져서 꼼꼼히 살피다 "러브체인"이라는 덩쿨을 집어들어 모셔왔습니다.
귀찮아 하는 모습이 보이던 제 파트너도 러브체인의 귀여운 하트모양 이파리를 귀엽다고 만지고 있네요.
물도 주고, 볕도 쐐 주고, 영양제도 맞히고,
잎도 관리해주고, 흙도 갈아주고, 화분도 꾸며주고,
가끔 대화도 합니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식물기르기에 익숙해지다보면,
앞으로 언젠가는 저랑 동거하게 될 동물님도, 사람님도, 잘 돌볼 수 있겠죠?
양육의 어려움.
아주 천천히 배워가고 있지만,
좋은 동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제게도
언젠가 좋은 기회가 찾아올거라 생각합니다.
러브체인도 건강히 잘 자라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