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누구라...

회식 자리에 있는데 뒤쪽 테이블에 앉아 있던 말 많고 탈 많은 신입사원이 오더니 금방 나온 피자 안주를 나눠달라고, '빨리' 달라고 팬터마임을 한다. 
팬터마임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상황이 너무 뻔하고 술집은 시끄러우니 그저 쉬운 방식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우리 자리에 있던 남자 직원이 꿀까지 발라서 나눠 준다.
그 모양을 보고 있자니... 저 말 많고 탈 많고 똑똑하고 똑부러진 직원이 혹시 퀴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1. 남자 보기를 돌 보듯 한다. 사무실에서는 기본이고. 가끔 아는 남자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같은데 그도 알고 있던 남자 사람 친구를 만난 이야기이지, 어떤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2. 결혼 생각 없다, 웬만하면 혼자 살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을 큰 소리로 하거나 자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어보면 이렇게 말한다.

3. 안주를 나눠달라는 팬터마임을 보면서, 그 말을 듣는 사람이 그래도 사무실에서 유능하다고 인정 받는 미혼 남자 대리인데 정말 미혼 남자를 대하는 미혼 여자의 몸짓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회사에 늙은 총각들이 많은데, 누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다른 직원들을 대하는 것을 보면 '저 사람이 혼인을 안 했구나'라는 게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말 많고 탈 많은 직원의 자세는 평소 '아줌마 스피릿으로 산다'고 주장하는 나의 자세와 다를 것이 없거나 심지어 더 아줌마스럽다. 또는 아저씨스럽다. 안 그래도 '내 안에 아저씨 있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내 안에 아저씨가 있어서 아저씨들이 나를 좋아한다나.

몸짓, 바디랭귀지는 생각보다 많이 그 사람에 대해서 드러낸다.
말 많고 탈 많고 똑 부러지고 이기적인 그 아가씨... 혹시 퀴어일지도...
생각이 많고 머리가 앞서가는 사람이라서 퀴어가 맞다면 분명히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이다.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구만...

나? 난 그녀에게 커밍아웃을 할 생각은 별로 없다.
그녀가 갈수록 별로 재미가 없어져... 소견머리 좁아서 상대하기 싫어져...


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