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사흘째. 이틀 밤을 티비 없이 보냈고 오늘은 사흘째다.
어제는 야근하고 늦게 들어갔더니 별로 한 일도 없는데 금방 12시가 넘어버렸다. 최근에 산 Undead and Unpopular를 좀 읽다가 잠이 들었다. 곱게 잠이 들었으면 좋았으련만…
사실은 블랙로즈 초코렛을 두 각이나 먹고 잠들었다. bb 도대체 치과 치료며 저녁 먹고 나서 이를 두 번이나 닦은 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불에 누워서 초코렛을 두 각이나 먹고 잠이 들어 버리면… 그런데 이를 닦았다가 다시 잠이 깨버릴까봐 그럴 수가 없었다. 이만 안 닦은 게 아니라 불도 켜고 잠 들었다. 왠지 모르겠는데 어떤 날은 불을 켜놔야 잠이 올 때가 있다. (어느 날은 핸드폰 깜박이는 불빛도 신경 쓰여 어딘가에 숨겨놓고 잠들면서… 어찌나 까다로우신지… 어찌나 일관성도 없으신지…)
저녁을 먹고 체했다. 먹을 때도 불편하긴 했지만… 나의 여자 상사는 벌써 같이 일한 지 3년이나 되서 서로 별로 숨기는 것도 없고 치사스런 얘기며 좀 부끄러운 얘기도 서로 곧잘 하는데(한다고 생각하는데, 뭐 우리 차장은 기본적으로 좀 부끄러운 짓을 안 하는 사람이기는 하다. 완전 교과서표. 꽉 막혔다는 게 아니라 부정(不正)함이 없으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볼 일 있어 일찍 퇴근할 때 내가 같이 야근 안 하고 집에 가는 것은 싫은가 보다… 어제 그 일로 맘이 엄청 상했다. 짜증 이빠이. 저는 볼 일 있으면 아무 때고 퇴근하고, 그래도 나는 남겨놓고 가야 맘이 편하시겠다는 건가. 사실 나는 어제 할 일은 저녁 시간 전에 웬만큼 다 해놓고 있었다. 같이 일한지가 얼만데, 내가 요즘 일이 되게 하기 싫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언제고 저가 시켜서 내가 일한 적이 있나. 나는 내 할 일은 내가 다 알아서 해왔다. 머리가 모자라서 못 따라가든가 경력이 모자라서 모르는 일이라면 몰라도 언제 시키기를 바라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어째서 자기가 일찍 퇴근할 거라는 걸 똑바로 말을 안 해주고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에는 남들과 저녁을 먹고 오라는 식으로 때운단 말인가…! 비겁하기도 하시지. 요즘 일이 안 힘들어서 내가 야근 안 하고 퇴근하는 게 배가 아프기라도 하단 말인가…
이해를 하려면 못할 것은 아니다. 차장은 그제도 일찍 퇴근했다. 그리고 그제 나는 몸이 무지 불편했다. 찌뿌두둥 불쾌불쾌 피곤피곤. 그래서 차장님 일찍 들어가면 나도 일찍 가겠어요, 하고 퇴근을 했다. 그래, 당신 핑계를 댄 제가 죄송합니다. 그러나 언제든 내가 아프다고 해서 야근을 안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아니지 않나. 당신이 일해야겠다고 하면 나는 아프든 말든 쓰러지기 전에는 같이 일한다. 그러니 당신이 가야 나도 가는 거지. 아마도 그 말 때문에 자기 때문에 내가 야근 안 하는 꼴은 보기 싫어서 그렇게 비겁한 수를 쓴 거겠지.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나는 응징에 들어가기로 했다. 응징하리라. 앙갚음하리라. 그리고 감정을 남기지 않으리라. 당신만큼 나도 약하고 비겁한 인간이므로 행동으로 응징하고 감정은 남기지 않으리라. 잘난 척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야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 벌써 약해진다. 정말 안 할 수 있을까? 도리도리…) 모르겠다. 여튼 벌써부터 모든 개인적인 일정을 잡지 않고 살아온 내 삶의 방식을 반성한다. (이래서 혼인 안 한 여자는 툭하면 일중독에 빠지는 거다.) 일주일에 하루는 약속을 잡고 일찍 퇴근해 주리라. 기대하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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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