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혼했을까?

2006-3-24

[다시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읽다가 궁금해졌다. 메롱과 나의 현상태는 어떤 상태인가? 우리는 결혼한 사인가? 움움… 물론 우리는 둘 이외의 다른 관계에 애정이나 성이 결부되는 것을 원치 않는 배타적인 관계이다. 그렇다고 해서 결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의 만남은 그저 연애라고 하기엔, 내 생각에 연애는 지금은 누군가와 절실하더라도 훗날에는 다른 사람을 만나 다른 연애를 할 수도 있고, 지금은 연애하고 있는 누군가와 꼭 결혼한다는 약속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연애라고 하기엔 메롱이나 나나 둘의 기대가 그것보다는 높다. 하지만 그래서 결혼이라고 하기에는 의식이 너무 부족하다. 평생을 살고 혼인신고도 하고 아이들 낳아 길러 시집장가를 들였어도 결혼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가슴에 짐으로 얹고 사는 부부의 사연을 가끔 티비에서 보게 된다. 그래서 늙은 그들이 드레스 수트를 입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연지곤지 화장을 하고(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뭐 웨딩드레스에 연지곤지 찍으면 볼만 하겠군) 사람들 모아놓고 쑥스럽지만 뿌듯한 웃음을 지으며 식장에 입장하는 장면이 곧잘 연출되는 거다. 사람들 모으고 식장 빌리기가 여의치 않으면 옷이라도 빌려 입고 사진이라도 찍는다. 그게 의식이다.

혼자 고민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메롱에게도 물었다. 우리는 결혼한 거야? 메롱은 결혼은 아니고 동거라고 한다. 움… 동거… 그럴 수 있겠다. 주말 하루 동거라는 거지.

주말 하루의 동거를 위해서라도 집을 늘리기는 해야겠다. 나의 원룸은 너무 좁아서 둘이 있으면 서서 왔다갔다 하기도 어렵다. 메롱을 다시 만난지 일년이 됐다. 일년 동안 이 좁은 집에서 개겼으니 이젠 옮길 때도 됐지.

일년 기념을 예쁘게 차려 입고 가족 사진을 찍자 했더니 즉석 사진방에 가서 찍자고 한다. 아, 이런, 정말, 그건 아닌데… 쩝… 하지만 조금 양보해 줄까도 싶다. 가족 사진은 3년 기념으로 찍자. 좋지? 일단은 즉석 사진방에서 찍는 걸로 하구… 아쉽지만 내가 양보한다.
일반
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