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 하는 우리팀 신입사원은 회사의 업무분장이 불분명하고,
업무 각각의 지시전달체계가 불분명하고,
자신이 수많은 잡일을 떠맡는 것까지야 어떻게 감당해 보겠는데,
그 잡일을 하는 와중에도 다시 수많은 사람들의 결제를, 실제 서류상 결제는 아니나,
윤허를 받아서 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와 한다.
그렇게 여러 사람을 거쳐야 하는 잡일이라면 애초에 이 직원이 할 게 아니라
'윤허'를 내리시는 그 분 또는 그 분의 팀에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윤허'가 문제가 아니라 실은 일의 내용조차도 굳이 그 직원이 끼여들 필요가 없을 때도 많다.
그 직원, 기껏 입사 일년을 갓 넘긴 신입사원일 뿐인 직원에게 그렇게 잡일이 떨어지는 이유는
첫째, 일을 잘 한다.
둘째, 일을 빨리 잘 한다.
셋째, 일을 강박적이라할만큼 완벽하게 빨리 잘 한다.
이런...쯔쯔...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 부서의 다른 팀에는 그 사원만큼 일을 해내는 직원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직원이 부리기 쉬운 신입사원인 까닭도 없지 않다. 하지만 분명히 사원, 대리 중에 그만큼 해내는 직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 그녀가 수퍼우먼인가.
그녀는 수퍼우먼의 자질이 있다. 그리고 경력이 있어도 그녀만 못한 직원이 태반이다.
(어쩜 좋을까? 이 회사를? 나를? 능력 없는 직원을? 능력있는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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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나대로 영업팀의 경력 사원을 갈궜다. 헉! 나 정말 많이 컸나봐.
그녀의 잘못은 팀장 잘못 만난 탓이 첫째고, 둘째는 이거다. '난 네가 날 대하는 방식이 맘에 안 들어.'
죄송하지만. (나 정말 많이 컸군.)
친근한 것과 예의 또는 너와 나 사이의 거리를 쌈싸드시는 것을 구분 못하면 안 된다.
그리고 남이 뭐라고 하는 말에 지나치게 방어적이 될 필요도 없다.
내가 방어적이 된다는 건 곧 상대방에게 '네 잘못이야!'라고 외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는 그 직원과 말할 때마다 그녀의 열띤 높은 목소리와 자기방어가 너무 피곤하다.
내가 뭐라고 했냐?
난 뭐라고 안 했는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네가 비록 독심술을 한다 해도, 내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먼저 참호를 파고 성벽을 세우고 무기를 배치하면 나는 기분이 상한다.
회사에서 인간관계라는 것이 좋은 사람을 만나면 한없이 좋기도 하지만
뭔가 맞지 않으면 한 두 마디를 섞는 것도 어렵다.
그 모든 과정이 공평한 것도 아니다.
그래도 바람은 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듣자.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끝까지 듣자.
그렇지 않으면 통하기 어렵다.
남이 알아먹을 답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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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 남의 팀 직원에게 불공평한, 나름대로 불공평한 대우를 했다.
너네 팀장이 제멋대로라 네가 고생하는 거 나도 알지만, 그래서 가르쳐주려고 할 때 너는 내 말을 듣기 보다는 네가 뭘 잘못하지 않았는지 백 마디로 설파했다. 나에게. 이제는 나도 늙고 지쳐서 그런 네 말을 들어줄 수가 없다. 네가 전에 어떤 큰 회사를 다니다 왔는지 몰라도 지금 너의 팀장은 주로 불공평한 과정을 만들어 주시는 우리 부서의 무법자이시다. 그리고 나는, 아마도 우리는 너의 적이 아니다. 너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우리 팀 직원은 남의 팀 가서 깨지고 남의 팀 직원은 나한테 와서 깨지고...
아, 뭐하는 짓인지.
그리고 이 놈의 회사는 언제 업무분장이 좀 명확해 지려나...
우리팀이 무슨 깔대기도 아니고.
댓글 2개
11월님의 코멘트
11월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제가 직장을 다녔을 때,
제 팀원을 깨는 다른 팀장, 제 팀원을 부려먹거나 걸고 넘어지는 그 팀장과
남들 보기 창피할 정도로 싸웠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 제 팀원을 힘들게 하는 사람을 무찌르는 정의의 사도이기라도 한듯이 말이지요.
다시 똑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지금 이 나이에도 저는저는 저는 여전히 결전을 벌일 것입니다.
제 팀원이...
.
.
.
가장 소중하니까요.
그리고, 제가 신입 때 그렇게 무찔러주시던 책임자를
저도 좋아했으니까요.
제 속에는 8할이 싸움꾼의 피(血)인가 봅니다.
빠알간 뽀님의 코멘트
빠알간 뽀방어적인 다른 팀 직원이 이해하도록 설명할 수 없어서 저 스스로 빠른 길, '불공평한 과정'을 선택했을 때, 그런 때가 내게도 왔고, 나라고 해서 저 꼰대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입맛 씁쓸하게 다셔야 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