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her story

‘섹스 앤 더 시티’를 봤다. 뉴욕의 전문직 여자 네 명의 연애와 성, 사랑 이야기. 거의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 할 만큼 나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그 중에도 나에게 익숙한 풍경이 있다. 캐리는 늘 자신과 친구들의 삶을 소재로 글을 쓴다. 극 중에서 신문에 ‘섹스 앤 더 시티’라는 칼럼을 연재하는 것으로 나오는 캐리는 그날그날 매일의 사건과 사고, 의문과 고민을 글로 남긴다. 어제 본 것에는 그런 내용이 나왔다. 실수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실수가 없다면 친구인 미란다가 아이 엄마가 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실수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나도 내가 아니겠지. 뭐 이런 얘기였다. 내가 저지르는 실수도 나 자신이 되는 과정이라는 얘기겠지.

띄엄띄엄 봐서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캐리에게는 빅이라는 남자 친구가 있다. 사귀었다 헤어지고 다시 사귀었다 다시 헤어진 남자 친구. 캐리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도 했고 캐리를 버리고 먼 곳으로 이사 가기도 하는 남자 친구. 캐리는 말한다. 그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이야.

캐리는 궁금해 한다. 나에게 아버지가 없어서 내가 이 모양일까? (남자들과 잘 안 되는 걸까? 남자들과 잘 되는 방법을 모르는 걸까?) 미란다가 위로한다. 우리 아버지는 매일 7시만 되면 칼처럼 퇴근했어. 그래도 난 이 모양이지. 훌륭한 드라마다.

센티멘탈한 것을 아주 싫어하는 미란다는 아주 센티멘탈한 남자를 만나서 그 남자를 구박하며 산다. 미란다라는 인물은 넷 중에서 비교적 무미건조한 인물로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아기 낳는 장면을 보고는 그 생각이 좀 달라졌다. 결혼식 에피소드를 들으니 아기 낳을 때보다 더 유난했던 것 같다. 하얀 드레스를 입지 않겠다면서 보라색 드레스를 입었다든가. 결혼식도 무슨 장례식장이나 그 비슷한 곳에서 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정보인지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프렌즈’의 피비처럼 유난스런 구석이 있는 캐릭터라는 것을 새삼 알았다.

하루하루를 정리하는 것, 기록하는 것, 기록을 남기는 것, 공유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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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알간 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