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레즈비언

2006-02-19

“하늘 끝에서 땅 끝까지… 나는 어디에나 있다”
모 노트북 컴퓨터의 광고 문구다. 하늘 끝에서 땅 끝까지 나는 어디에나 있다.
광고를 보면서 We are Everywhere 이라는 구호를 떠올린다. 우리는 어디에나 있다.

소리가 영상을 지배한다는 모 이동전화기 광고에서는 레슬링을 하는 두 남자의 모습을 아주 선정적인 장면을 연상하게끔 보여준다.

영화 “왕의 남자”는 사실은 대본의 탄탄함과 대본을 잘 이해한 감독의 연출과 성격 있는 배우들의 짱짱한 연기가 보고 또 보게 만드는 인기의 비결일 텐데도,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는 한 배우만을 유독 들들 볶아서 뿜어 내놓는다. 어릴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공길을 지켜주고자 한 장생, 또는 장생과 공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양반에게 유린당하는 공길, 아름다운 공길, 왕조차 매혹하는 공길의 미모, 또는 잠시잠깐일 뿐인 왕과 공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어디선가 거짓이 느껴진다. 교묘하고 약은 거짓이 느껴진다.

“러브 액추얼리”라는 영화에는 퇴물이 다 된 늙은 가수와 평생 희로애락을 함께 한 매니저가 나온다. 그들의 외모는 공길과는 사뭇 다르다. 퇴물 가수는 약물중독인지 알코올 중독 전력이 있는 그야말로 늙고 대략 볼 것 없는 할아버지이며, 매니저는 역시 중늙은이 뚱보다. 퇴물 가수가 부른 노래가 차트 1위를 차지하고 가수는 자기가 한 허튼 소리대로 티비에 나와서 나체로 노래를 한다. 엘튼 존의 파티에 초대받아 간 못생기고 늙은 가수는 갑자기 매니저의 집에 술병을 들고 찾아와서는 ‘생각해보니 평생 희로애락을 함께 한 것은 자네더라구. 그러니 오늘 같은 밤은 자네와 함께 축하를 해 줘야지.’ 뭐 이랬던가? 어쨌든 이 비슷한 소리를 한다. 배불뚝이 매니저는 ‘아니, 엘튼 존 파티에 초대받아 가더니 갑자기 게이라도 된 거야?’ 둘은 의기투합해서 포르노를 보러 간다. 추한 아저씨들의 추한 결말이다. 그래도 이게 훨씬 더 솔직하고 담백한 결말이 아닐까?

아름다운 사람들만 게이일 수 없고 아름다운 트렌스젠더만 있는 것도 아니고(매종 드 히미코에 나오는 옷 만드는 아저씨가 생각나네.. ㅋㅋ) 여자다운 남자 또는 남자다운 여자만이 동성애자인 것도 아니다.

공길을 사랑한 것은 왕이 아니라 장생이다. 왕의 남자가 아니라 장생의 남자라고 해야겠지. ㅋㅋ 딴죽 건다. 아아… 맘에 안 들어, 정말. 장생 같이 의협심이 있고 능력 있고 남자다운 넘더러 동성애자라고 하기는 싫다 이거지, 왜 아무도 장생과 공길의 사랑을 말하는 사람이 없냐고??? (있은들 니가 다 알 수도 없음서 뭘 그러냐고… 이건 나에게 하는 불평. 어쨌든 이준기는 이용당하고 있다고…)
일반
빠알간 뽀 2

댓글 2개

깨트펑님의 코멘트

깨트펑
왕의남자에서 '왕'은 연산도 왕이지만 장생도 왕이지요. 광대극에선 장생이 왕입니다. ^^ 뭐 그렇다고 하더군요.

poe님의 코멘트

poe
오오 그러게 말이에요, 철지난 한계레21을 봤더니 장생과 공길의 로맨스를 콕 찝어 말하더라구요. 다 저의 식견이 짧은 탓이죠...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이 어쩌면 또 그렇게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인지... 모른척이 지겹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