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에서 답변 드립니다.
우선 게시글의 답글이 늦어 진 점 사과드립니다.
용어에서 느껴지는 불쾌함 때문에 글을 남겨주셨네요.
이런 고민을 쉽게 털어놓을 곳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상담소에 방문해 주셔서 반갑습니다.
상담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지라,
투터님의 글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레즈비언과 / 레즈의 뉘앙스 차이를
지인분들에게 설명해 주고 싶으신 것 같네요.
상담원이 생각하기로는
레즈비언과 / 레즈의 뉘앙스 차이는
그 단어가 쓰이는 맥락이 어떠한지.
그 차이라고 생각이 되어요
상담원의 경험을 풀어보자면
사실 저는 레즈의 레 자가 나오는 것도 불편해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Gay라는 단어보다 lesbian이라는 단어가 더 비하하는 느낌을 준다고 느꼈었거든요.
제가 학생시절에 저렇게 생각했던 것은,
주변에서, 주변인들이
레즈라는 단어를 호모포비아적 발언에 자주 썼던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호모포비아적 발언과 레즈라는 단어가 연결되어서
그 단어가 제 자신의 정체성을 일컫는 레즈비언이라는 용어와 같은 의미라기 보다는
뭘 잘 모르는 애들이 쉽게 내뱉는 비속어로 느껴졌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같은 단어를 들어도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아요.
왜 그런가 하고 되짚어 보니,
우선 그 때보다 주변에서 호모포비아적 발언을 들을 기회가 줄었던 것 같네요
상담소에 들어오면서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레즈라는 말이 부정적인 맥락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현저히 적더라구요.
거의 없었다고 하는 편이 맞겠어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레즈가 호모포비아적 발언과 연결되어 사용되는 경우에도
그 때와 다르게 제가 그런 포비아적 발언을 견딜 수 있게던 점 같아요.
어느날 문득,
동성애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내 정체성에 확신을 느끼고,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데
동성애를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포비아적 발언 하나 하나에,
마음 쓰이고 신경 거슬려 한다면
내가, 나만 힘들어 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툭 뱉은 말이더라도
그 얘기가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면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겠지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다는 표현이 딱 적절하겠어요.
그래도 상담원은, 나는 돌에 맞더라도 살아남는 개구리가 되어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 상해 한다면
내가 자부심을 느껴하는 내 정체성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았거든요.
포비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고
그래도 나는 나 자체로 지금 여기에 있으니까.
내 생에 더 중요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사람은 그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생각이 든 이후에
포비아적 발언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정말 근거도 없이 말도 안되는 말이고,
인신공격적인 발언이 주변에서 들리면
그건 아니라고 반박을 할 수도 있게되고
어느 정도는 한귀로 듣고 한뒤로 흘릴 수도 있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싫다는 사람에게,
그것이 실제로는 그렇게 나쁘고 이상한게 아니라고 말해봐도
그 노력이 소용 없게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서 포비아적 생각이 뿌리박혀 있는 사람이라면
(사실 아직 이런 사람을 본 적은 없지만)
저는 가까이 지내는 사람으로 두지는 않을거에요.
사람을 골라 사귄 다는 말이 좀 어감이 부정적이긴 한데,
나를 불편하게 하고,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사람과 굳이 교류관계를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상담원의 주관적인 경험이
투터님의 경험과 얼마나 비슷 할 지는 모르겠지만
투터님이 느끼신 생각과 감정을 본인만 느낀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답변글이 투터님의 답답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오늘의 글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더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상담소에 방문해 주세요.
늘 열려있는 상담소가 님과 함께하겠습니다.
답변글의 게시가 지연된점 거듭 사과드리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