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을 드립니다.

nn님, 지난번 답변 드렸던 상담원입니다.

조목조목 순서대로 말씀해주셨으니, 순서대로 답변을 드릴께요.

1. 상상?

마음으로 더 끌리거나, 육체적으로 더 많이 끌린다고 해도 나쁜 건 아닙니다. 사람마다 '욕구'의 종류는 다양하고 그 욕구를 표현하거나 해소하는 방법도 저마다 다릅니다. 사람들은 여러 방법으로 관계를 맺는데, 육체적인 관계가 전혀 없이 심리적인 관계만 있기도 하고 둘 다 있기도 하고, 육체적인 관계가 주를 이루기도 합니다. 어느것이나, 당사자들이 선호하는 소통 방식이라면, 또 당사자 모두 만족스러우며 타인에게 피해 줄 이리 없다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nn님도 어떠한 욕구를 가졌거나, 자신도 모르는 욕구가 막 자라날 상황에서 선생님을 좋아하며 여러가지 상상을 할 수 있어요. 사귀는 사람과 할 법한 스킨십을 상상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인 걸요. 그러니 '상상하기' 자체를 가지고 '아..내가 왜이러지?' 하며 고민하지는 않아도 되지만 '나한테 이러이러한 욕구가 있을 수 있겠다' 하는 식으로 받아들여볼 수 있겠지요.

물론, 어떠한 나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의 특정한 행위를 상상한다고 해서, 내가 그 상상과 꼭 같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몰라요. 이럴 땐 나름, 아마추어 심리학자나 정신분석학자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관계에 대한 답답함이 그런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인가?', '그런 행위자체가 곧 그 사람과 내가 매우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인가?' 등등 말이에요. 답은 아리송하겠지만요. 

2. 친구와의 관계

예전 상담에서 드리고 싶었던 말은, nn님의 정체성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nn님이 쉽게 레즈비언이나 양성애자일 거라고 믿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외려 너무 이성애자일 가능성만 생각하지는 말라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이성애자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내가 동성애자인가?', '내가 양성애자인가?' 하는 고민에, 이성애중심적인 편견을 가지고 답을 내려는 경향이 크기때문입니다. 그러니, 정체성 탐색을 할 때, 내가 조심스러워야 하는 부분은 '내가 솔직한 내 모습을 부정하면서 이성애자이고 싶어하는 건 아닌지, 내가 자꾸만 레즈비언이나 양성애자가 아닐 가능성만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입니다. 그렇게 하면 저울의 평형을 맞추듯이, 균형이 맞는 것이겠지요? 동성보다 이성에게 더 끌려본적이 없었으면서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동성애자일 수 있음을 무작정 외면하려하지는 않아야겠지요.

지난 번 상담에서, 레즈비언은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지 구구절절 설명 드린 이유는
만약, 내가 레즈비언이나 양성애자일 것 같지만 그 점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상황이라거나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애써 정체화하고 힘들어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마음이 좀 가벼워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두번째 상담이기도 하고, nn님께서 선생님과의 관계나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보다 솔직하게 고민하고 계시리라 믿으니, 그저 '아니고 싶은' 마음만 갖고있지는 않길 바라요.

이상형은 말그대로 이상형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무척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고 나서도 '내가 어떻게 이런 사람한테 빠졌지?' 하기도 하니까요. 강동원같이 멋진 남자가 이상형인데 어느날 여자 동기가 좋아져버린 사람은, 무척 혼란스럽긴 하지만 그게 그 사람의 진실된 마음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거예요. 누굴 좋아하는 일을 자기 맘을 속여가며 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중요한 건, 내 진실된 마음이 무엇이냐는 거고, 그것을 내가 내 자존심이든 기준이든 상관없이 솔직하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겠죠?

 

이화여대의 '변태소녀하늘을날다'는 예전에 상담소와 연대활동을 했던 동아리이기도 해요. 성소수자라고 해서 모두 학교 퀴어모임에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관심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죠. 10대 모임인 '라틴'도 있으니 검색해보세요. 아주 다양한 활동들을 한답니다.

언제든 nn이란 이름으로 글을 남겨주시면 제가 기억하고 답변을 드릴테니 너무 염려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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