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하늘님, 상담소입니다.
자신과 같은 여성인 친구를 좋아하신다고요.
때문에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아닌지
고민이 되어 상담소를 찾아와주셨네요.
많은 분들이 푸른하늘님과 같은 고민을 가지고
상담소를 찾아와주시고는 하세요.
푸른하늘님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했고
친구분들에게도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이야기를 하셨다고요.
대단히 용기 있게 행동하셔서
상담원은 조금 놀랬답니다.
그리고 그 용기에 힘을 드리고 싶어요.
다행이도 주변 친구들이
큰 거리낌 없이 푸른하늘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받아주어서 다행이에요.
그러한 친구들이 있다면
푸른하늘님이 힘든 일이 생겨도
위로 받을 수 있고
힘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니까요.
푸른하늘님께서는
지금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아닌지가
가장 고민이신 것 같아요.
자신의 정체성을 빨리 찾아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해주셨네요.
푸른하늘님의 고민을 자세히 짚어보기 전에
‘레즈비언’이 어떤 사람인지
‘동성애’란 무엇인지 먼저 알면 좋을 것 같아요.
동성애란, 쉽게 이야기하자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누군가에게 이끌리는 마음이에요.
그런데 그 마음 혹은 이끌림을
자신이 여성일 경우 여성에게
남성일 경우 남성에게
가지게 되는 것을 이야기하지요.
그러한 이끌림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 중에
스스로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알고 인정하는 사람을
동성애자라고 할 수 있어요.
자신에 대해 깨닫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정체화’라고 하기도 해요.
그럼 간단하게 레즈비언이란,
여성에게 여러 가지 이끌림을 가지는 여성 중
스스로를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이라고 할 수 있어요.
누군가에게 느끼는 이끌림은
매우 다양할 수 있어요.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고요.
바라만 봐도 좋거나
심장이 너무 두근거릴 수도 있고,
같이 있으면 좋고
보고 싶기도 하고
가끔 생각날 수도 있고요.
꼭 하나를 선택해서 어떠한 느낌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잖아요.
그것이 여성과 남성 사이에서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여성과 여성, 남성과 남성 사이에서 가는 감정이
다른 게 아니라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제가 레즈비언이라는 거예요
아니라는 거예요?!
라고 되물어보실 것 같아요.
동성애자에 대한 이야기 설명에서 이야기하였듯
자신이 동성애자인지 아닌지는
누군가가 이야기해줄 수 없어요.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아닌지는 스스로만이 알 수 있어요.
자신 스스로가 누구인지 알고
그것을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니까요.
때문에 상담원이 푸른하늘님에게
당신은 레즈비언이에요!
당신은 이성애자입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없어요.
실은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아닌지는
자신의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답니다.
자신의 예전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
현재는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나중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 것인지
그러한 고민의 과정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도 찾아가는 거예요.
때문에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아닌지의 고민은
한 번에 답이 내려지지 않아요.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나중에 또다시 변할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아닌지에 대한 생각도
시일이 지나면 또다시 바뀔 수도 있는 거예요.
때문에 상담원은 푸른하늘님께서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천천히 탐색하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천천히 차근차근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아요.
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보시라고
이야기해드리고 싶은 거예요.
실은 푸른하늘님은 벌써
그러한 과정 하나하나를 밟고 가고 계신답니다.
자신이 ‘남성에게도 심장이 뛰는데
내가 레즈비언일까’라는 생각,
혹여 ‘동성팬픽 때문에
동성애에 관대해져서 그런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 등을 하고 있으시잖아요.
그리고 그러한 고민 끝에 상담소를 찾아와주셨고요.
분명, 자신의 고민을
잘 헤쳐나가실 수 있는 분일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상담이
푸른하늘님이 하는 고민의 해결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네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고민이 드는 것은 당연할지도 몰라요.
방금 이야기한 이 구체적인 고민에
상담원이 몇 가지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먼저, 남성을 보고도 심장이 뛰신다고요.
그런데도 자신이 레즈비언일까라는 고민이 든다고 해주셨어요.
앞서 동성애에 대한 설명만 드렸네요.
‘동성애’, ‘동성애자’와 같이
‘이성애’, ‘이성애자’라는 단어도 있고,
‘양성애’, ‘양성애자’도 있답니다.
양성애란,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여러 가지 이끌림을 느끼는 것을 이야기해요.
이러한 이끌림을 가지는 사람 중
자신을 양성애자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을
양성애자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레즈비언이라고 해서
이성에게 이끌리지 말라는 법도 없고,
이성애자라고 해서
동성에게 이끌림을 느끼지 않으라는 법도 없어요.
실은 모든 사람들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이끌림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기를
여성은 당연히 남성에게 이끌리는 것이고
남성은 당연히 여성에게 이끌린다고 해요.
그렇지만 이것은 너무나 큰 편견이에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당연시 생각했던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이끌림을 느낄 때,
혼란스러워하고 두려움을 느끼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고 편견이랍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
어떻게 잘못된 일일 수 있겠어요.
그러한 마음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데 말이죠.
스스로에게서 흘러나온 소중한 마음을
아끼고 보살피는 것도 어렵잖아요.
그것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일이
동성에게 이끌리는 경우 종종 생기고는 해요.
안타깝고 슬픈 일이랍니다.
다행인 것은 푸른하늘님께서는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셨다는 거예요.
고민의 과정은 있지만,
현재 좋아하는 마음을 거부하고 회피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용기 있고 대단하다고 상담원은 생각합니다.
그 용기에 박수를 드려요.
하여튼 자신이 양성애자인지 고민하는 과정도
자신이 동성애자인지 고민하는 과정과도 같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는 것이지요.
앞서 이야기 했듯 자신이 어떤 사람에게 더 이끌리는지
어떤 사람과 미래를 함께 하고 싶은지를
고민해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그러한 고민의 과정을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혹여 ‘동성팬픽’을 접하게 되어
자신의 동성애에 대해 ‘관대’해져
이러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닌지도 고민이시라고요.
사회에서는 10대들에게
동성애에 대한 지식을 알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는 해요.
10대들이 동성애에 ‘물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10대들이 스스로 가치판단을 할 수 없다는 편견 때문이지요.
소위 말하는 ‘어른’들이 만들어 낸 편견이랍니다.
하지만 10대 때는
자신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찾아가는 시기이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찾아가는 시기이기도 해요.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찾아 나서기도 하죠.
팬픽을 읽고 동성애에 대해 알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도 고민하게 될 수는 있겠지만,
팬픽을 읽었기 때문에 동성애자가 되지는 않아요.
지식을 접했기 때문에 깨닫는 과정이 있을 수는 있어요.
팬픽을 읽고 동성애에 대해 접해보았기 때문에
친구가 동성애자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이것을 커밍아웃이라고 한답니다.),
거부감 없이 받아드릴 수 있어요.
이렇게 본다면,
동성애에 대한 지식을 주지 않고
이성애만 떠들고 있는 사회에 문제가 있답니다.
‘동성팬픽’을 접하게 되어 레즈비언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면,
먼저 주위에 얼마나 많은 ‘이성애’가 있는지도 생각해보세요.
사회에서 말하는 ‘가족’도
TV에 나오는 이러저러한 사랑이야기도
모두 이성애만이 당연하게 나오고 있어요.
동성애자의 가족이야기가
당연하게 TV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일이 없지요.
그렇다면 동성애자라는 존재가 없어야 해요.
하지만 오히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한 지식이 없어
자신이 동성에게 이끌렸을 때,
혼란스럽고, 두려워하고, 심지어 자신이 정신병에 걸렸다고까지 생각해요.
오히려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사회 전반적으로 지니고 있을 때,
자신이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조금 더 어렵지 않게 고민하고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상담이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자신이 여성을 좋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고민을 털어놓는 과정이 매우 좋았지만,
그러한 이야기를 했을 때
좋지 못한 시선이나 좋지 못한 일을 겪을 수도 있으니까요.
믿을 만한 친구에게, 동성애에 대해 나쁘지 않게 생각하는 친구에게
털어놓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 오신 것 같지만 조금 걱정이 되어 한 자 적어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마음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하여
너무 상심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좋은 일이 올 테니까요.
그럼 이만 상담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고민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다시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추운 날씨,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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