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입니다.

상담소입니다.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스스로를 남에게 숨기고 살아야하고
그것을 어딘가에 털어놓지 못하는 것 때문에
많이 힘드신 것 같아요.
게다가 애인이 자신이 아닌,
남자를 만나고 그것에 설레인다고 이야기하여
마음이 많이 아프시다고 해주셨네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하는 고통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남에게 떠나보내야하는 고통
님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내담자님의 이러한 마음
감히 상담원도 공감해 봅니다.

나는 '온전한 남자'이지 못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사랑할 수가 없고
그 사람에게 사랑을 받을 때는
겉도 속도 온전한 남자가 된 기분이라고 이야기해주셨어요.

누군가에게 스스로를 완전히 사랑을 받는 것은
세상의 어떤 것보다
스스로를 긍정하게 해주고 아껴주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러한 이를 잃었다는 기분에
좌절하고 아파하고 계시는 것 같네요.

님,
상담원이 먼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세상에 '온전한' 남성이나 여성은 없다는 것이에요.

님의 글을 보아서는
트랜스젠더 남성인지
아니면, 레즈비언인지 알 수가 없어
깊은 이야기를 드리기 전에
먼저 트랜스젠더와 레즈비언의 용어를 설명 드릴게요.

트랜스젠더란,
생물학적 성별과
정신적, 사회적 성별이 다른 사람들을 이야기합니다.

레즈비언은 스스로를 여성이라 생각하면서
여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지요.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별에 대해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단지 남성으로 태어난 사람이
여성이 되고 싶어 한다거나
여성으로 태어난 사람이 남성이 되고 싶어하는 욕망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의 타고난 신체적 성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어찌할 수 없이
자신의 내면의 성별은
신체적인 성별과 다르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자신이 여성을 사랑하기 때문에
'온전한 남성'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에요.
남성만이 여성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며
여성만이 남성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이 여성을 사랑할 수 있으며,
남성이 남성을 사랑할 수 있어요.

남성만이 여성을 사랑해야한다고 하는 것은
사회가 만들어 낸 잘못된 편견일 뿐이지요.
써주신 글에서 내담자님께서 이야기하신 것처럼,
'TV에서 나오는 이성간의 타령들' 같이
이 사회에서는 이성끼리 만나고 사랑하는 것만이
'정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보이는 것도 그런 것 뿐이지요.
책을 봐도 TV를 봐도,
가까운 사람들, 가족이나 주변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자신이 남성이어야지만 여성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님,
상담원은 다시 한 번 강조드리고 싶어요.
여성이 여성을 사랑하는 것은
이상한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니라는 것을요.

자신 안에서 나오는 소중한 감정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신을 아껴주어도 된다고 이야기해드리고 싶어요.

'온전한 남성',
'온전한 여성'
도대체 어떤 사람들을 이야기할까요?

머리가 짧고, 바지를 입고,
힘이 강하고, 강하거나 거칠게 행동하면
그것이 남성일까요?

머리가 길고, 치마를 입고,
힘이 약하고, 약하거나 부드럽게 행동하면
그것이 여성일까요?

이것 또한 사회에서 만들어낸 편견에 불과합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집안일을 잘 해야 하고,
머리가 길고, 치마를 입고, 얌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사회에서는 당연히 여성에게
그러한 모습을 강요하고 있고요.

하지만 이러한 사람이 여성이다.
라고 이야기한다면,
머리가 짧고, 치마는 죽어도 입기 싫다고 하고,
얌전과는 거리가 멀고,
소위 말하는 '남성 같이' 하고 다니는 사람은
여성이 아닌가요?

자신이 편한 모습과 행동을 했는데,
그것이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것이 아니라
비난을 받아야하는 것이야 말로
잘못된 것이고, 비난 받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잘 들여다보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
자신이 원하는 감정을 표현하면서
살아가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자신이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말이지요.

누군가를 떠나보내야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은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 분께서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고,
그 남자에게서 설레임을 느낀다고 이야기하셨다고요.

하지만 지금 님을 만나서
자신은 변한 것이 없다며
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 것 같아요.

그 분이 어떤 마음으로
소개팅을 나가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변의 압박에 나가셨을 수도 있고,
자신의 정체성이 두렵고 혼란스러워서 나갔을 수도 있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사람이 어떤 다른 이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아픔을 딛고 일어서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녀가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되었기 때문에
나에게 가둬둘 수 없기 때문에가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이
님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있다는 것 때문에
그 분을 떠나보내주셔야 해요.

님도 아시다시피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누군가에 의해 돌아서거나, 변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님 자신을 위해서도
돌아선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접고
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 좋아요.

그렇지 않다면,
계속 자신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그러한 아픔에 힘들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마음이
누군가에게 돌아선 것이 아니라
여성을 사랑해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과 같은
동성애혐오증 때문이라면,
그 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앞서 이렇게 이야기를 드렸지만
꼭 필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시더라도
나중에 가장 덜 후회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셨으면 좋겠다는 것이에요.

가령, 지금 이 사람을 잡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 사람을 잡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은 지금 이 사람을 보내지 않으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거다고 생각이 드시면
어렵겠지만, 강한 마음으로 놓아주셨으면 좋겠고요.

어떤 선택이든
후회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후에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고 혹은 취하고 생각을 했을 때,
그렇기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혹은 했기 때문에,
너무 후회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그 감정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자신을 위한 일이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상담원은 생각합니다.

때문에 님도,
그리고 그 분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하고
행동하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상담을 기다리고 계셨다고요.
그런데 상담이 올라오지 않아서 글을 하나 더 써주셨네요.
상담소에서는 내담글이 올라오면,
상담원들이 만 하루 이내에 답변 글을 달아드리고 있어요.
화요일에 내담을 올려주시면 수요일까지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주말이나 연휴에는 하루 정도 더 늦어질 수 있고요.

내담자분들께 더 좋은 상담을 해드리기 위해
이러한 방침을 취하고 있으니,
이러한 점 양해를 구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상담소 홈페이지 상담실 아래 '자주묻는질문'이라는 코너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많이 힘드실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
다시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로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힘내시기 바랍니다.

*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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