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입니다.

반갑습니다.
JHSH 님.
상담소에요.

같은 반에 좋아하는 친구가
생기면서 님께서 그 친구를 좋아한다고 느끼게 되고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고민이 되시나보네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더 자주 보고 싶게 되고,
눈에 안 보이면 찾게 되고,
함께 얘기나누고, 같이 무슨 행동을 했던 기억을
기분 좋게 기억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랍니다.

그것이 동성친구를 향해 있다고 해도 말이죠.
그러니 님께서 자기의 그런 모습을
정신병자 같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님의 지금의 감정, 지금의 상태는 아주 괜찮고 자연스러운 것이니
안심하셔도 된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단지, 그 감정이 보통 사람들이 ‘사랑은 이성끼리 해야한다’ 고
쉽게 생각해버리는 것과는 다르게
이성친구가 아닌 동성친구를 향해 있어서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 것일 거에요.

사랑하는 감정은 동성에게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랍니다.
사람은 원래 동성과 이성에게 끌릴 수 있는 가능성이 반반씩 있다고 해요.

동성을 좋아하는 감정이
사춘기에 잠시 지나가는 사소한 감정도 아니구요.
님의 감정은 중요하게 여겨지고
존중받아야 하는 소중한 감정입니다.

우리 사회는 대부분 이성애만이 정상이라고 여기는
편견으로 가득차 있어요.
자신이 동성을 좋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눈 뜬 사람들은
그런 사회의 통념에 부딪히고 깨지면서,
힘들어하고 고민하게 되고요.

참 안타까운 일이죠?

님께서는 자신 안의 새로운 느낌들에 눈뜨기 시작하셨으니까
이곳 상담소에 찾아오셔서 고민을 나누어 주신 그 용기를 가지고
자기가 먼저 자신의 감정들을 받아들여주는 작업을
한걸음씩 시작하셨으면 해요.

본인이 먼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줄 수 있어야
좋아하는 친구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그 친구와 관계를 맺어야 할지
조금씩 알게 될 것 같아요.

님께서 레즈비언인지 아닌지는
상담원이 결정하고 말씀드려줄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님께서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여자친구라는
점만으로 님께서 레즈비언이 되어버리는 것도 아니구요.

본인이 스스로 고민과 탐색을 통해 선택한 결정이어야만,
이후의 결과나 삶에 대한 감당을 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을 한번 차분히 관찰해보세요.

자신의 성정체성은
자기 안에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들,
누군가에게 이끌리게 되고, 교제하게 되는 다양한 경험들을
잘 관찰해보고 탐색하는 과정에서
찾아나가는 거랍니다.

지금 동성친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당장 자기의 정체성을 결정지을 필요는 없는 거랍니다.

다양한 감정과 경험들을 겪고, 탐색해 나가다가
언제든지 그런 이끌림들이 자신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삶의 일부로
다가온다고 좀 더 선명하게 다가올 때가 있을 거에요.
그럼 그때 자신에 대해 어떤 사람이라고 말해도 늦지 않답니다.

그런데 성정체성이라는 것이 한번 결정한다고
영원히 변하지 말란 법도 없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나가는 일은
살면서 평생에 걸쳐 해나가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러니 조급하게 마음먹으실 필요 없다는 얘기 드리고 싶어요.

정체성 탐색 과정에서 레즈비언 관련 영화나 드라마,
책 같은 것들을 참고하시는 것도 방법도 생각해보셔요.

또한, 레즈비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포탈 싸이트 2곳에도 한번 들어가 보세요.
티지넷 http://www.tgnet.co.kr , 미유넷 http://miunet.co.kr

다음 까페에 들어가셔서
‘레즈비언, 이반, 동성애, 10대 이반’ 과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서
또래의 레즈비언들과도 소통해보세요.
자신과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고 얘기하다보면
님이 고민을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답니다.

다만, 위의 정보들을 너무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마시고,
자신의 것으로 걸러서 참고하시길 권합니다.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이 있을 거에요.

세상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다양한 색깔의 레즈비언들이 씩씩하게 살아나가고 있답니다.
님 또래의 레즈비언들도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요.

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이 쉽지만은 않지만,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살 수 있다는 점,
내가 편안해하고, 자연스러워하고,
추구하고 싶은 삶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님께서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시든
자기에게 솔직한 자기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응원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드린 이야기들이 님께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길 바라면서
이만 상담을 마칠게요.

좋아하는 친구와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들 하시길
그 과정에서 자기를 알아가는 좋은 계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또 힘든 점이나 궁금한 점 생기면 상담소 다시 찾아주세요.

*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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