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죠...

잠이 안와요.
그 애 때문에 잠이 안 오네요.
오래된 친군인데 어느 순간 그 친구가 좋아졌어요. 사실 그 친구가 좋아진 건 친구한테 애인이 생기면서에요. 친구가 엘인 건 알고 있었고, 저는 이성애자라고 생각하고 지냈어요. 그런데 막상 친구한테 애인이 생기니까 그 친구에 대한 제 마음이 그냥 우정이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그게 작년이에요.

작년에 친구한테 애인이 생겼고 우리 사이는 조금씩 멀어져갔어요. 친구사이니까 아주 안 보고 살 수는 없고 가끔 보긴 봤는데 저는 친구가 너무 좋다가 때로는 너무 미웠어요. 왜 날 바라봐주지 않는 건지 속상했어요. 물론 친구는 제가 이성애자인줄 알고 있겠죠.
그 친구랑은 뜸하게 만났어요. 너무 괴로워서요. 되도록이면 안 보고 싶었어요. 자꾸 못된 마음이 들더라구요. 질투하게 되고. 그래서 안 보려고 했어요.

지금 그 친구는 애인이랑 헤어졌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정체화 하고 고백하면 친구가 저를 바라봐 줄까요? 아니면 정체화만 하고 고백은 하지 말까요? 어떡하죠? 저 정말 어떻게 해야 하죠?

사실 정체화할 용기가 없어요. 그 친구가 엘인 거 알지만, 그래서 제가 정체화하면 친구가 도와줄 거라고 생각되지만 말을 못하겠어요.
차라리 아예 안 보고 살면 좋아하는 마음이 누그러들까요? 그럼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을까요? 제가 정체화한다고 해서 그 아이랑 잘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정체화해서 힘들게 살아야 할까요? 어쩌죠?

정말 모르겠어요. 그냥 다 원망스러워요. 친구는 제 마음 몰라요. 전혀 몰라요. 모르겠죠. 예전만큼 친한게 아니니 더 모르겠죠.

어쩌면 친구가 모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이 마음 잊혀질테니까요. 그런데 그때까지 제가 친구를 안 보고 살 수 있을까요? 밤에 잠도 안 올 만큼 이렇게 생각나는데. 하루 종일 생각해요. 혼자 속만 끓고 있어요.

친구한테 말 해보는 게 어떠냐고요? 저도 그 생각했어요. 그런데 못하겠어요. 제가 그 친구 좋아한다고, 일년 정도 된 것 같다고. 그렇게 말 못하겠어요. 친구가 그냥 제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제가 말 안하면 친구가 알길이 없겠죠? 저 어떡해야 할까요. 그냥 이대로 시간이 흐르기만은 기다리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친구한테 말을 해보는 게 나을까요.

친구한테 고백했다가 어색한 사이가 되면 어쩌죠. 그리고 친구가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면 어떡해요. 그 친구는 다른 레즈비언 친구들이 많으니 분명히 이야기하고 다닐거에요. 나쁜 뜻은 아니에요. 그냥 저는 제 이야기가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정체화를 한다는 건 분명 제 이야기가 알려진다는 의미니까, 그 생각하니까 무서워서 친구한테 고백 못하겠어요.

아아 모든게 혼란스러워요. 요며칠 정말 미칠 것 같아요. 가을이라 그런걸까요? 저는 남자도 아닌데 왜 가을을 탈까요? 그 친구 목소리가 계속 생각나요.

친구가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읽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그 친구가 이 글을 읽을 확률이 어느 정도일지 모르겠어요. 읽었으면 좋겠지만 읽지 말았으면 하죠. 저는 이 글을 왜 쓴 걸까요? 그 친구가 읽어주길 바라고 쓴 걸까요? 이렇게라도 토로하고 싶어서 쓴 걸까요? 진짜 미친 사람 같네요. 하하.

하 이제는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그만 써야 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들 행복하시길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