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입니다.

상담소입니다.
힘들게 고민하고 계시는 문제를 이렇게 털어놓아 주신 용기에 우선 격려부터 먼저 보내드립니다.

예전에는 동성애자에 대해 혐오를 느꼈다가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이해할 수 있게 되셨다고요. 그리고 현재는 본인이 레즈비언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혼란스럽다고 적어주셨어요.

지금은 내담자님의 같은 반 여자애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 친구가 다른 사람과 친밀한 것을 보며 질투심도 든다고요. 하지만 스킨십을 하고 싶다거나 한 것은 아니고 그냥 같이 있고 싶고, 많이 좋아한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라고 하셨어요.

여중, 여고를 나와서, 주변에 남자가 없어서, 남자를 사귀지 않아서 이런 것인지도 궁금해 하시는군요.

내담자님께서는 중학교 때까지는 동성애에 대해 안좋게 생각했기 때문에 자기가 동성의 상대에게 이끌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엔 더 혼란스러우셨을 것 같아요.

맞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동성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에도 그 감정을 애써 부인하거나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하게 되기가 쉽지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를 혐오하고 싫어하지만,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도록 지속적으로 가르쳐온 탓이 크답니다. 사실 동성애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접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내담자님이 해보셨다는 레즈비언테스트 역시도 어떤 테스트였는지는 몰라도 그 결과에 대해 100% 다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이 레즈비언인지, 아닌지는 테스트나 타인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지요. 학계에서 현재까지 동성애의 원인 또는 계기에 대해 연구해온 것도 동성애가 질병의 일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님, 동성애는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상담원은 강조해 드리고 싶어요. 사랑하는 상대가 나와 성별이 같은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성애와 차이가 날 뿐이지요.
미국의 정신의학계에서는 벌써 30여년 전에 동성애를 정신질환목록에서 삭제했어요. 그리고 호주의학계에서는 동성애가 나쁜 것이 아니라 동성애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동성애를 무조건적으로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감정이야말로 병이 들었다고 해서 '동성애혐오증(호모포비아)'을 정신질환목록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고요.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움직임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국가인권위원회'라는 국가기관의 법에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답니다.

그리고 같은 반 친구에게 느끼는 이끌림을 보았을 때 내담자님이 레즈비언이 맞는 것 같냐고 여쭤보셨지요.
상담원은 님에게 우선, 본인의 성정체성은 본인만이 규정할 수 있는 거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상담을 해 드리고 있는 상담원이라고 해서 님의 성정체성이 어떤 것이라는 식으로 대신 진단해 드릴 수는 없는 것이지요.

자신의 이런 이끌림을 어덯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꾸려나갈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본인 자신 뿐이니까요. 즉, 성정체성이란 남들이 대신 판단해주거나 규정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규정해야 하는 것이에요. 이 때 내가 레즈비언인가 아닌가 하는 건, 자신이 여성에게 이끌렸거나 여성과 사귀었던 경험 혹은 앞으로 여성에게 이끌릴 것 같은 예감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려있어요. 이러한 경험이 자신에게 아주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고 그리하여 이러한 경험을 자신을 구성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인식하게 된다면, '아 나는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에요.

이렇게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로서 자신을 규정내리는 것이 바로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정체화 하는 과정이지요.

여기서 스킨십의 욕구 유무가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하는 과정에 언제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에요.

레즈비언은 여성으로 동성의 상대에게 감정적, 정서적, 심리적, 사회적, 성적인 이끌림을 갖는 사람 중에 자신을 동성애자로 정체화한 사람을 말해요. 이때 성적인 이끌림은 다른 여러 이끌림 중 하나랍니다.

마지막으로 여중, 여고를 나와서, 남자가 없어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해드릴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여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레즈비언이 되기 쉽다고는 볼 수 없답니다. 여학교에는 이성애자 학생들도 많고, 남녀공학에도 레즈비언들이 얼마든지 있어요.

남자가 별로 없어서, 좋아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동성인 사람을 사랑하고 교제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생겨나는 것이고, 상대의 성별과 무관하게 소중한 감정이 될 수도 있지요.

'여자끼리 있어서 레즈비언이 된다'는 추측은 동성애자에 대한 전형적인 편견 중 하나입니다. 네 번째 손가락이 길면 동성애자다 라든지, 남자형제가 많으면 게이가 된다 등 동성애자가 되는 원인을 밝히려고 하는 터무니없는 시도들과 비슷한 맥락이랍니다. 그러한 시도들은 동성애를 잘못된 것, 비정상인 것이라고 전제하고서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레즈비언에 대한 편견을 이성애자에 그대로 대입해 역으로 질문해보세요. '당신은 어쩌다 이성애자가 되었나요?' , '아직 좋은 동성을 만나지 못해 이성애자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요?' 라는 질문처럼 말입니다.

내담자님의 감정을 찬찬히 지켜본 뒤 '나는 앞으로 누구와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어나가시길 바라요.
성정체성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조급함이나 성급함을 갖지 않으시길 바라고요.

언제든지 고민이나 궁금한 점 있으면 다시 상담 청해주세요.
그럼 이만 상담을 마치겠습니다.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