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님, 상담소에요.
예전 게시판에 지난번에 남겨 주신 글이 있다는 말씀을 보고 아차, 싶었어요.
저희도 글쎄 예전 게시판을 깜박 했지 뭐여요.
몇 차례 다시 방문해 주고 계신 건데 알아보지도 못하고, 죄송해요.
몇 달 지난 상태이다 보니
여러 사람들의 상담에 정신이 없어서 그렇겠거니,
하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
V님, 예전에 언급하셨던 그 언니 분을 계속 좋아하고 계시는가 봐요.
V님 혼자서 애를 태워 온 시간이 그러고 보니 상당하네요.
어쩔 줄 모르겠는 마음을 계속 안고 지내오시면서 정말 많이 답답하시리라 생각해요.
이 곳에 글 남겨 주시면서 조금이라도 후련해지면 좋을 텐데요.
그 언니를 잊어볼 방도가 없을까 하고 물어 봐 주셨던 지난 글에서도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계신 상황이며 지난 교제와 관련해서 남아있는 감정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계시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었어요.
그렇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역시 쉽게 접히거나 변하는 게 아니다보니
좋은 감정이 생겨버린 그 언니에게 계속 시선이 가고 신경을 쓰게 되고 그러셨는가 봐요.
그 언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눈치도 자꾸 보이고 말이에요.
게다가 그 언니는 V님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일반인 게 거의 확실한가 보네요?
그래서 도대체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하나, 전해도 되는 거긴 한가,
여러 가지가 애매해서 더 어찌할 바를 모르시겠는 것이고요.
나의 행동이나 외모에 저쪽에서 조금만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도
그 반응을 자꾸만 여러 가지 방향으로 해석해 보게 되고,
그러면서도 정답을 알 수가 없어 끊임없이 헷갈리고.
V님, 정말이지 짝사랑은 쉬운 일이 아닌가 봐요. 그쵸? ^^
심지어 이반들은 누군가에게 고백을 하게 되면 그게 곧 커밍아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니
상대방이 일반일 경우 상황이 한층 더 난감해지기가 쉽고요.
그리고 V님이 예전에 남겨주신 말씀에 의하면,
V님에 대한 소문이 학교에 이미 얼마간 퍼져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면 정말 V님 말씀처럼
‘득이 될 거 생각해서’ 누굴 좋아하는 건 아니라 해도
고백이라도 해 보려고 했을 때 정말
득이 될 게 하나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해요.
그렇지만 정말 어떻게 하면 그 언니가
V님이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할 수 있을까요?
그 사람이 입이 좀 무거운 편이라고 하니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것 같진 않아서 그건 일단 안심이 되어요.
그럴 때 제가 생각하기로는
V님의 마음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란 고백, 뿐인 것 같아요.
물론 그 고백의 방법이 직접적일 수도 있고 간접적일 수도 있어요.
직접적인 고백 중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고
간접적인 고백 중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죠.
대뜸 고백을 하기 전에 친밀해 지기 위해 노력해 볼 수도 있고.
V님,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네 보면 어떨까요?
V님이 쳐다보면 다들 째려보는 줄 안다면서요. ^^;
그러니 친절하게 인사를 해 보는 거에요.
같은 학교에서 빈번히 마주치는 데 인사 정도는 자연스럽게 건네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다보면 그 언니가 V님의 헤어스타일에 대해서도
‘오늘 머리 멋지다’, ‘오, 오늘은 또 좀 달라졌네? 마음에 들어 그 머리.’ 같은
코멘트 정도는 해 주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제가 V님도 아니고 그 언니도 아니고
그 학교에 다니고 있는 V님 친구도 아니라
모든 미래의 상황들을 그리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어요.
다만 가능한 선택지를 제시해 드리고 있을 뿐이지요. ^^
그리고 제가 정확히 모르겠어서 여쭤 보는 건데요,
V님이 이반인 것을 학교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건가요?
소문도 이상하게 퍼진 상태라고 하시고,
‘어떤 평범한 여자 분이 레즈와 대화를 하겠느냐’ 는 말씀도 하시고 해서
혹시 이미 사람들에게 알려진 상태인가 싶어서요.
만일에 사람들이 V님이 이반이라는 것을 이미 아는 상태면,
V님이 눈에 띄는 방식으로 그 언니에게 접근하는 것이
언니에게 두려움을 생기게 할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서 그래요.
언니 입장에서는, 자기까지 괜히 엮여서
소문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닌가, 싶을 수 있잖아요.
그렇게 되면 V님이 언니와 친해지고 싶어도
언니가 V님을 피해 다닐 수도 있어요.
이건 조금 암울한 예상이지만, 그래도 한 번쯤 염두에 둬 보는 게 좋겠죠.
동양(?)인과 아메리칸이 뭐가 어떻게 다른지는,
저는 짐작이 잘 안 돼서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사람들은 동양(?)인들 간에도 모두 다르게 마련이고
아메리칸도 저마다 너무 다르고 그렇잖아요.
큼직큼직한 문화적인 차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
V님, 그 언니가 V님에게 이따금씩 시선을 보낸다고 했죠?
최소한 ‘저 V란 사람’ 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것 같지는 않더라는 말씀이지요?
그러면 조금씩조금씩 언니에게 다가가 봐요.
그 때, V님 마음을 살피는 것만큼
그 언니의 입장 역시 잘 살펴야 한다는 걸 꼭 기억하시고요.
그 언니가 만일에 V님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있는 거라면
그 언니와 V님이 나눌 수 있는 서로의 취미가 여러 가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런 것들을 서로 알아나가면서 함께 시간도 보내고 그러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V님, 힘 내요.
글 남겨 주시는 것 보면 항상 씩씩하시지만,
그래도 언제나 힘 내셔요.
학교 생활 잘 하시고요.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