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을 드려요.

상담소에서 답변을 드려요.

지금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신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관심이 갔고
요즘 들어서는 그렇게 여자한테만 끌리는 정도가
무척 심각한 것 같아 고민이라고 적어주셨어요.

좋아하는 여자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고
미래의 삶을 그려볼 때
여자와 함께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이래도 되는 것일까 하는
강한 의문이 드는 것이지요?

남자 친구나 남자 연예인에게 열광하는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여자 친구나 여자 연예인에게 마음이 자꾸 가는
자기 자신이 대체 이런가 싶어
겁이 많이 나는가 봐요.

이제까지 혼자서
나 이상한 것 같다, 이래도 되는 걸까, 란 고민을
끊임없이 해 오시면서
애써 남자를 더 좋아해 보려는 노력까지
줄곧 기울여 오시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상담원의 마음이 안타까워요.

오늘 상담을 통해
고민의 한가운데에 있는 님에게
그 고민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본격적인 상담으로 들어가 볼까요.

우선 상담원은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그렇게 두려워 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님을
안심시켜 드리고 싶어요.

여자가 여자를 좋아해도 괜찮은 거라는 말씀을 드리면서 말이에요.

여자가 여자에게 가슴 뛸만큼 마음을 빼앗겨 버리는 것,
여자가 여자에게 좀 더 친밀한 사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는 것,
여자가 여자에게 성적인 욕구를 느끼는 것, 등은
그 자체로 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고,
죄를 짓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부끄러워 해야 할 것 역시 아니며,
당장 그만둬야 할 일 또한 아니랍니다.

그러니까
잘 보이고 싶고 고백하고 싶고 사귀고 싶을만큼 좋은 여자 친구가 있는 것,
아무래도 남자 연예인보다는 여자 연예인 중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것,
장래에 여자와 같이 사는 꿈을 꾸는 것, 등도
역시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고,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할 일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사실 우리 사회가 워낙에
여자와 남자 사이에서만 어떤 이끌림이 존재하고
그래서 서로 좋아하고, 사귀고, 성관계를 갖고, 함께 사는 것 역시
여자와 남자 사이에서만 가능하고
그러한 이성애만이 정상적인 거라고 여기지요.

그러면서 동성애란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비정상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나쁜 거라는 식의
동성애에 대한 뿌리 깊은 통념 역시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고요.

하지만 이는 모두 동성애에 대한 이유없는 편견이자 혐오랍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동성의 상대에게 이끌릴 수 있는 가능성과
이성의 상대에게 이끌릴 수 있는 가능성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여성과 남성 간의 사랑과 교제와 성관계와 결혼만을
바람직한 관계 및 가정의 모델로 내세우면서,
교육과 매체 등을 통해 끊임없이
그러한 이성애 관계만을 미화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그 속에서,
동성의 상대에게 이끌릴 수 있는
자기 안의 가능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지요.

우리는 이 사실을 통해 알 수 있어요.

이상한 건 동성애가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이끌림인 동성애를
억지로 비정상적인 것 취급하는
위와 같은 편견들이라는 점을 말이에요.

님, 이렇게 상담을 통해
동성애가 나쁜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님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동성의 상대가 이성의 상대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이유때문에
스스로를 검열하고 자책하지 말아요.

동성의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괜찮으니까요.

그리고 자기 자신이 과연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두루두루 차근차근 탐색해 나가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남자보다 여자를 특별히 더 좋아한다거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적어주셨는데요.

지금은 또 그렇지 않고
여자가 더 좋은 것 같아서
깊이 고민을 해 보게 된 상태이고요.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그 사이에서 어떤 계기들을 통해
변화를 겪기도 하지요.

그러니
어릴 땐 안그랬는데
지금은 왜 이런가 싶어
그러한 변화 자체를 이상하게 여길 필요도 없고요.

동성의 상대를 좋아하는 현재와 같은 님이
앞으로 변할 수도 있고 안 변할 수도 있지만
안 변해도 괜찮은 것이고 변해도 괜찮은 것이라는 걸
기억해 주고요.

님, 자기 자신을 탐색해 나가는 과정,
미래의 자신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말이죠.

그건,
님이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볼 때
동성의 상대를 좋아한 경험을
깎아 내리거나 잊어야 할 것으로 여기며 부정하기 보다
자기 자신을 형성하는 의미있는 경험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는 거에요.

앞서도 계속 강조해서 말씀드렸듯이
동성애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져야 하지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하는 게 아니니까요.

이제까지의 경험,
지금의 감정,
앞으로 예상되는 나의 모습, 등에 대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살펴 나가 봐요.

내가 동성애자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빨리 규정짓지 않아도 괜찮답니다.

자기가 누구인가, 어떤 사람인가를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
천천히 찾아나가 봐요.

내가 어떤 사람에게 주로 이끌리는지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한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등에 대해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맘을 짚어 보면서 말이지요.

예를 들어,
고민끝에,
나는 동성의 상대에게 주로(거의 대부분) 이끌리며
앞으로도 그러한 이끌림을 느끼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는 확신이 들면
그 때 '아, 나는 동성애자이구나' 라고
스스로 규정지을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님이 스스로 자기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어떻게 결론을 내리든
그 선택은 그대로 존중받아야 하죠.

힘 내요.

자기 탐색의 과정에 진입한 님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냅니다.

*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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