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상담소입니다.


님, 반가워요. 상담소입니다.

지난 상담들이 도움이 되셨다니
상담원도 참 기쁩니다.

이성애자들에 비해 불안정한 동성애자의 삶 때문에
고민이 많으신가 봐요.
그럼 우리 이제부터 차근차근 이야기해 나가도록 해요.

먼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야기해 보자면요.
우리 사회에서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동성 커플 간의 입양도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님께서도 잘 알고 계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때문에 더 불안해 하고 있고요.

그러나 동성애자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지 못하란 법은 없답니다.
레즈비언 커플들이 동거하거나 사귐을 지속하는 경우는 많지요.
어떤 커플들은 자신들의 관계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 '결혼식'을 하기도 해요.

그리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찾아보시면,
아마 전 세계적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해주는 추세란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가수인 엘튼 존과 조지 마이클은
각각의 동성연인과 결혼을 했다고 크게 보도되기도 했지요.

반드시 '결혼'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해주는 '계약관계',
보통 시민결합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을 인정해주는 국가도 있고요.
한국도 머지 않아 가족의 틀에 '동성애 가족'이 포함되는 날이 올 거예요.
지금 동성애자 운동진영뿐 아니라 여성가족부나 여성단체들에서도
'동성애 가족'이란 말을 심심치 않게 사용하고 있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레즈비언들의 삶은 조금씩 나아질 거예요.

한국에서 레즈비언 권리운동이 시작된 지 11년이 지났습니다.
11년 전에 비하면,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요.
무엇보다 동성애자 스스로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사회적으로 동성애자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분위기였고,
동성애자들은 나 혼자 이상한가 보다 하고 고통받거나
동성애자임을 부정하면서 이성애자처럼 살아야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사회적 편견 때문에 그렇게 살아가는 이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편,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긍정하려고 노력하면서
동성애자로서 당당하게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이들도 많아졌지요.

이런 변화들을 보면서 상담원은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답니다.
님의 이런 생각들을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요.
너무 비관적인 방향로만 생각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다는 게
상담원의 의견이에요. ^^

또 다른 편에서는 이렇게도 말한답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람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결혼이나 파트너십 같은 제도나 아이라는 매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요.

아이가 없어도, 결혼을 하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말이에요.

이런 주장도 일리가 있어요.

과연, 다른 사람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꾸려 가는 것이 행복일까요?
이런 기대들은 어떤 면에선 막연한 '환상'인 경우도 있어요.

상담원은 주위에 남성과 결혼해서 사는 레즈비언 여성들을 알고 있는데요.
레즈비언으로서 살아가기 힘들어서 결혼을 했지만,
결혼을 해서 살아간다는 것 역시 예기치 않은 힘든 면들이 많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 더 옳았나, 더 행복한가는 모를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결혼해서 무척 많은 고생을 하고
결국 이혼을 하는 부부들도 아주 많잖아요.
그 중엔 결혼을 한 것 자체를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답니다.
과연 결혼이라는 것이 행복의 열쇠인가?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
많은 여성들이 결혼 이후, 자신의 기대와 너무 다른 일상을 살거든요.

평범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막상,
겉으론 평범해보여도 속으론 굉장히 많은 문제들을 안고 살기도 해요.
반면 사회에서 불이익을 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해도
용감하게 사랑과 관계를 키워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또, 동성애자를 인정해주고 이해해주는 이성애자들도 분명 있고요.

어떤 동성애자 커플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하고,
제도적으로 인정은 받지 못해도 주위 친한 사람들 속에 축복 받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알리고, 지지를 받고, 결혼식을 하기도 한답니다.
남성과의 동거보다는 여성과의 동거 속에서
좀더 친밀하고 알콩달콩한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또 한 가지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것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란 점이에요.
결혼하지 않고서도 아이를 낳아 혼자 키우는 여성들도 많아질 거예요.
사회가 더 빨리 변화하길 바라고, 이를 위해 상담소도 노력하고 있답니다.

제도의 차별은 우리를 억울하고 불편하게 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 전부를 뒤흔들어 놓는다는 생각을 하나씩 놓아버리는 일도
레즈비언인 우리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또,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 물어 오셨지요.
자신이 레즈비언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자립을 위한 경제적 독립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특히 여성에게 레즈비언에게 그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요.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을 챙겨 나갈 수 있어야 겠지요.
하지만 직장에서 레즈비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쫓겨날 수도 있고 차별을 받기도 하니,
우리 사회에서 레즈비언으로 살아간다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닌가 봐요.

상담원의 이야기들이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날이 많이 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그럼 이만 상담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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