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비 님, 상담소에서 답변을 드려요.
짤막하게 적어 주셨지만, 짧게 남겨 주신 말씀 속에서도
유리비 님이 겪고 있을 혼란이 짐작이 됩니다.
본인이 레즈비언일까, 아닐까 현재 고민 중이신가 봐요.
사랑하는 사람이 동성의 상대이신 것이죠.
유리비 님이 위로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 느끼는 그 분이
친구라는 말로는 미처 다 표현이 안 되는 그런 존재인가봐요.
현재 하고 계신 경험을 구체적으로 적어주지 않으셔서
고민의 섬세한 지점들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상담을 드릴 순 없겠지만요,
혼란스런 마음을 정리해 나가시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게,
몇 가지 말씀을 드려 볼게요.
일단은, 동성의 상대에게 친구에게 느끼는 감정과는 또 다르게 이끌리는 것.
그런 이끌림 자체가 아무 문제 없는 것이라는 말씀을 가장 먼저 드리고 싶어요.
동성간의 이끌림, 사랑, 교제, 성관계 등은 전혀 이상한 게 아니랍니다.
우리 사회가 워낙 여성과 남성, 즉 이성 간의 사랑만을 당연시해 온 탓에
동성애는 마치 비정상적인 것인 양 취급받아 왔지만요.
그렇지 않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사람은 누구나 동성의 상대에게 이끌릴 수 있는 가능성과
이성의 상대에게 이끌릴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갖고 있다고 해요.
다만 너무나 이성애만을 유일한 사랑의 모델로 가르치는 사회 탓에
동성의 상대에게 이끌릴 수 있는 자기 안의 가능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을 뿐이지요.
좋아하는 상대방의 성별이 나와 같으냐 다르냐 하는 것이
어떻게 그 좋아하는 감정의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되겠어요.
자연스럽게 우러난 이끌림을 억지로 비정상이라 치부하는
그런 시선들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해요.
상담원이 위와 같은 말씀들을 가장 먼저 드린 건
좋아하는 분과 단순한 친구 이상의 관계로 지내고 싶은데
그런 마음 자체에 대해 유리비 님이 혹시라도
겁을 내고 계시지는 않을까 싶어서에요.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게 사랑인지 아닌지에 대해
계속 자문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건 바로 '사랑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친구에게 연애 감정으로서의 호감을 느끼는게
유리비 님이 '동성애자로서' 그러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고
현재 고민 중이시리라 짐작해 볼 수 있었는데요.
내가 동성애자라서 친구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일까,
라는 순서로 생각하기보다
동성 친구에게 특별히 끌리는 감정이 드는데, 나는 동성애자인 걸까,
라는 순서로 생각해 보시길
상담원은 권해 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권해 드리는 이유는,
본인을 동성애자다, 양성애자다 하는 식으로 규정짓는 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은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에게 주로 이끌리는지,
어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할 것 같은지,
이제까지 사랑했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앞으로는 어떤 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지,
본인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등에 대해 찬찬히 고민해 가는 과정에서
자기 정체성을 직접 규정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답니다.
동성애자 정체성이라는 것이 이미 다 결정돼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지난 경험과 미래의 꿈을 아울러가며
탐색해 나가는 것이라는 거죠.
우선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
그 감정에만 충실하셔도 좋으리라 생각해요.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솔직하게 받아들이면서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을
천천히 해 나가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좀 더 자세한 상담을 원하시면,
이 게시판은 '비밀글' 게시가 가능한 곳이니까
그 점 염두하시면서, 꼭 다시 한 번 글 올려 주세요.
함께 고민 나누어 드릴게요.
한 주의 시작, 잘 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