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200님, 상담소입니다.
올려주신 글 잘 읽어보았어요.
오랜만에 상담소를 다시 찾아주셔서,
더욱이 축하받을 소식을 들고 와주셔서 무척 기쁘고 반가워요.
커밍아웃을 하기까지 여러 번 망설이고 고민하셨을 텐데
멋지게 잘 해내신 것 정말 축하드려요.
sky200님의 용기 있는 결정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요.
그리고 참 좋은 친구분을 두셨네요.
친구분도 님의 커밍아웃을 통해
눈에 드러나진 않지만 주변에서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존재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졌을지도 모르겠어요.
sky200님을 위해서도, 성소수자에 관한 인식 개선의 차원에서도
멋지고 과감한 커밍아웃을 하셨다는 생각입니다.
그 친구분과 오래도록 끈끈한 우정 이어가셨으면 바라고
새롭게 커밍아웃할 수 있는 믿음직한 인연이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한편 짝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요.
sky200님의 글에 설레는 마음이 싱그럽게 묻어나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기쁘고 행복해하는 마음이 상담원에게도 전달된답니다.
애정의 깊이만큼 걱정과 한숨 또한 늘었을지 모르지만,
상담원은 우선 님께 다가온 감정을 축복하고 싶어요.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고 그리워하는 것은
상대가 동성이냐 이성이냐를 떠나
모두 자연스럽고 소중한 감정이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답니다.
그분은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고
아직 님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성애자(헤테로)일 가능성이 높겠지요.
전에도 짝사랑을 해보셔서 아시겠지만
이성애자를 좋아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고백을 하거나 교제를 할 확률이 아무래도 낮다 보니
오랫동안 혼자서 속만 앓아야 할 수도 있지요.
짝사랑은 때로 동성애자의 자긍심까지 뒤흔든답니다.
이대로 살 수 있을까, 누군가와 연애할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한 심정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거든요.
그러니 상담원 또한 님에게
‘친구를 마음껏 좋아하고 사랑하라’라고 섣불리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지금 당장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하지? 고백을 할까 말까?’ 하며
조급하게 생각하기보다는 감정이 흘러가는 대로
일단은 천천히 지켜봐 달라고 전하고 싶어요.
그 친구에게 눈길이 가면 가는 대로,
마음이 쓰이면 쓰이는 대로 우선은 지켜보면서
그 호감이 얼마만큼 깊어지고 오래갈 것인지
스스로 가늠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깊은 사랑이 될지, 지나가는 감기처럼 가벼운 설렘이 될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잖아요.
어쩌면 정말 마음이 깊어질 수도 있는데요,
그때는 님도 친구분과 더욱 가까워질 기회를 계속 만들어가면서
고백이나 교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친구분과 친하게 지내다 보면 개인적인 이야기도 털어놓고
서로 연애관이나 이상형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대화하게 될 거예요.
그런 상황을 잘 활용하여 동성애에 대한 상대방의 평소 생각을 알아보거나
그 친구가 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을 터예요.
차근차근 준비해서 커밍아웃을 할 수도 있고,
친구분에게 조금씩 애정표현을 하면서
나중엔 고백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 모든 과정이 녹록지는 않을 테고
동성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힘든 점도 있겠지만,
설사 이성애자라 해도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고백하는 것은
무척 어렵고 외로운 과정이랍니다.
그러니 때로 힘들고 슬퍼지더라도 마음을 단단하게 먹으셨으면 해요.
무엇보다 동성을 좋아하는 감정이 부끄럽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 잊지 마시고요.
자기 자신에게 당당하거나 떳떳하지 못하면
그분에게 다가가고 애정을 조금씩 드러내고 고백을 준비하는 과정 또한
당연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더 어려워지겠지요?
그러니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마세요.
이 말이 언제나 100%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는 용기 있는 자가 사랑을 얻고,
자신을 사랑하는 자가 다른 사람도 더욱 진실하게 아껴줄 수 있답니다.
그럼 님께 응원과 지지의 말을 전하면서
이만 상담을 마칠게요.
소중한 사람들과 더욱 두터운 믿음과 애정을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2015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