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 님, 지난 달 초에 남기신 사연에
이렇게 새 달이 되어서야 답변을 드리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상담원이 미처 말씀을 전하지 못하는 가운데 그래도 다른 분들과
댓글로 대화를 나누며 도움을 받으신 것 같아 다행이어요.
부치 레즈비언으로서 여자를 좋아하는 것에 가까운지
ftm 트랜스젠더/트랜스젠더 남성으로서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한지
안드로진 여성 혹은 남성으로서 여자를 좋아한다고 해야 맞을지 고민해 오시던 가운데
최근들어 본인을 ftm 에 가까운 안드로진이라고 설명하시게 되었는가 봐요.
적어주신 내용을 살펴보면
인디고 님 고민의 핵심은
이른바 남성성을 표현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남성적인 존재로, 남자로 인식되고 싶다
그러면서 여성스러운 여자와 사귀고 싶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여성으로 사회화 되어 온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을 남자로 표현할 수 있을지
인디고 님을 매료시키는 여성들에게 과연 어떻게 다가가야
그들도 인디고 님을 불편해하기보다 매력적으로 느낄지 잘 모르겠어서
막막해 하는 중이시고요.
부치로서 혹은 안드로진으로서 혹은 ftm 트랜스젠더로서
어떻게 자신을 꾸미면 좋을까
어떤 외모여야만 할까 고민이라는 인디고 님에게
상담원이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까지 자기가 근사하다고 생각해 온
안드로진 여성 (혹은 남성), 트랜스젠더 남성, 부치 레즈비언, 톰보이 등이
머리는 어떻게 만지고 옷은 무엇을 어떻게 입고 화장은 어떻게 하고
몸가짐이나 태도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잘 살펴보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방식을 찾아보는 거예요.
실제 인물을 모델 삼아도 좋고 드라마나 영화 속 인물을 참고해도 좋겠지요.
인터넷에서 이미지 검색을 통해 찾아보아도 좋고요.
만일 구체적으로 따라해보고 싶은 스타일이 특별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본인 머리속에 있는 가장 이상적인 자기 모습을
실제로 어떻게 구현할지를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거예요.
어떻게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긴 하다고 하셨지요.
실현할 길이 안 보일 뿐이고요.
실현할 길을 찾는 방법의 예를 들어 드릴게요.
가령, 남성복 정장 쟈켓 속에 갖춰 입는 셔츠 핏을 원한다고 해 볼까요.
그런 모습은 가슴이 편편할 때 더 잘 나오겠지요?
인디고 님 가슴이 거의 없는 편이라면 상관없겠지만
크기가 꽤 되는 편이라면
눌러주는 힘이 큰 스포츠 브라를 원 방향으로 한 겹
반대 방향으로 한 겹
이렇게 두 겹 입는 것으로
몸통 라인을 잡을 수 있어요.
이때 자기 몸에 편안하게 맞는 사이즈보다
한 사이즈 작은 걸로 입으면 효과가 더 커요.
가슴 압박용 셔츠를 구입해서 착용할 수도 있고요.
(호흡이 불편하지 않게 잘 조절하셔야 해요.
너무 답답하면 힘들답니다.)
구체적으로 뭘 입고 싶다
어떤 핏이 나오면 좋겠다는 식의 사항이 정해지면
그에 맞춰 취해야 할 조치들을 떠올리기가
한결 수월해진다는 차원에서 들어드린 예에요.
그리고 인디고 님 마음에 드는 여성들에게 다가가고자 할 때는
댓글에서 다른 분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잘 살펴
그 사람이 반가워할 만한 방식으로 다가가는 게
가장 좋으리라 생각해요.
팸이라고 해도
외모며 성격이며 연애 상대로 원하는 스타일이
정말이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팸에게 다가가는 방법에 대한 일반론 같은 건
아무리 풀어봤자 소용이 없어요.
다만 누구라도 대뜸 칭찬부터 받으면
그게 외모에 대한 것이든 성격에 대한 것이든
옷이나 다른 장신구에 대한 것이든 뭐든
당혹스럽고 불편할 수 있다는 건
염두에 두고 계셔도 좋으리라 생각해요.
관심이 가는 사람, 호감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가지고 칭찬하기보다
먼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더 잘 알아보고자
조심스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요?
안절부절 못하거나 서툴어도 괜찮아요.
타인에게 다가갈 때
안정감 가득하고 자신감 충만하고 모든 게 매끄러운 사람이
오히려 더 수상하지 않나요.
모르는 사람,
점점 더 알아가야 할 사람에게 다가가는 건데
당연히 조심스럽고 두렵고 서툴 수 밖에요.
모르는 존재와 가까워지는데 서툰 게 당연해요.
익숙한 관계에서는 자신만만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는
수줍고 어색하고 떨릴 거예요.
그게 자연스러워요.
허세 없는 솔직함,
과장 없는 담백함,
그런 태도는 누구에게 다가갈 때건
늘 도움이 되고요.
드라마나 영화 추천을 부탁하셨는데
참고하실만 하다, 여기 나오는 이 사람처럼 하시면 된다,
하는 차원에서 상담원이 무언가를 특별히 골라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영화, 드라마, 텔레비전 시리즈 등의 항목에서
레즈비언, 부치, 트랜스 남성, 트랜스젠더, 안드로진, 퀴어, 드랙킹 등의 열쇠말로 검색하셔서
관심가는 영상물을 하나하나 찾아 보시는 과정 자체를
즐겨 보시기를 권하고 싶어요.
영어 알파벳으로 단어 검색을 하시면 더 많은 자료들이 나타날 것이고요.
같은 열쇠말로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하시면
외모를 꾸미는 데 견본 삼을만한 자료들이 나타날 거예요.
본인한테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스스로를 꾸밀 수 있게 되길,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 좋은 인연이 되길,
기원합니다.
20150704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