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a 님, 답변을 드립니다.

 

동급생a 님, 상담원입니다.

글을 한여름에 남기셨는데 벌써 겨울을 바라보는 달이 되었어요.

답변을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친구에 대한 애틋한 감정, 그동안 여전한가요?

감정을 표현해 보시기는 했는지 

속만 내내 끓이고 계시지는 않는지

마음이 많이 쓰여요.

 

친구가 포비아는 아니라니 

천만다행이고 감사한 일입니다만

동급생a 님이 친구에게 품은 마음이

친구로부터 돌아오지 않는다면 

짝사랑 하는 서글픔은 여전하겠지요.

 

친구로라도 곁에 머물고 싶은 마음,

조금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붙잡아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마음 

그 두 마음 사이를 오고 가는 중이시리라 짐작해 봅니다.

 

차이고 난 뒤 과연 어떻게 감당하면 좋을까 두려운 마음과

이런 마음으로 친구로 지내는 게 가능할까 가늠이 안 되는 마음을 한꺼번에 끌어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계시겠구나 미루어 보아요.

 

상담원이 답변을 채 드리지 못하는 동안

방학이 지나고 새학기가 시작되었어요. 

이제 고교 생활도 서서히 저물어 가는데요.

 

가장 최근 마음은 어떤가요.

말해 보자는 쪽인가요, 담아두자는 쪽인가요.

어떻게 기우는지 궁금합니다.

 

만일 말해 보자는 쪽으로 기운다면

용기 내실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습니다.

 

친구가 포비아도 없는데다가 워낙 상냥하고 친절하다면

솔직하게 마음을 꺼내 놓고 진지한 대화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동급생a 님의 고백을 거절하긴 하더라도

동급생a 님의 마음을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기보다

정성들여 살펴주지 않을까요.

 

그리고 아무리 일반이라고 한들

한 번 일반은 영원히 일반이라는 법도 없으니

친구 입장에서도 동급생a 님을 친구로만 보지 않을 가능성 역시

아예 젖혀둘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해요.

 

과대해석을 해서도 안 되겠고

허튼 꿈을 품어봤자 나만 더 상처입겠지만

그래도 일반이니까 어쩔 수 없지, 라며

지레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말씀만은

꼭 드리고 싶어요.

 

고백을 할 때는

친구로도 무척 소중하기 때문에

연인으로 지낼 수 없다하더라도

친구로 잘 지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꼭 덧붙이세요.

 

오래 가까이서 친구하고 싶다면

그 마음을 고스란히 친구에게 알려 주세요.

 

만일 아무래도 고백을 못하겠고

계속 내내 힘들고 부대끼면

마음 터놓는 이반 친구들이나 상담원에게

꼭 넋두리 하시고요.

 

동급생a 님 마음이 많이 아프지 않으면 좋겠어요.

아프고 에이더라도 스스로 잘 보듬으며 지내시면 좋겠고요.

서로에게 소중할 두 분일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를 지켜내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151017H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