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상담소입니다.

님, 상담소입니다.

정체성을 고민하다가 좋아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지만
이전의 상대를 잊지 못해 헤어지셨다고요.

벌써 1년 반 전의 이야기네요.
잊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은 기억 때문에
아직도 눈물이 나온다고 적어 주셨어요.

님의 가슴 아픈 심정을 구체적으로 적어 주셔서
상담원도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정체화를 좀 더 일찍 했더라면 첫 번째 사람을 쉽게 떠나 보내는 일도 없었을 텐데."
"자신에게 좀 더 솔직했더라면 두 번째 사람과 이렇게 끝나지는 않았을 텐데."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이별의 기억들은
어쩌면 위의 생각처럼 자기 자신을 나무라기만 하는지도 몰라요.

특히, 처음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별할 때
세상의 모든 미움이 자신을 향하게 되고요.
더구나 레즈비언들에게도 이별은 슬프지만 털어놓을 곳이 없잖아요.

상담원은 님의 마음이 짐작이 되면서도
너무 공감이 된답니다.

하지만, 님.
상담원은 님이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에서 동성의 상대를 사랑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지요.
남자 아이를 좋아하는 것처럼 여자 아이를 좋아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렇다면 님이 처음에 좋아했던 사람을
최소한 동성이라는 이유로 떠나보내지는 않았겠지요.

그러니 이건 님의 잘못이 아니라
세상의 잘못이에요.

사랑은 죄가 아닌데,
죄라고 말하고 금지하는
우리 사회가 잘못이지요.

동성애에 대한 시선이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개인들에게 다가오는 무게감은 여전하잖아요.

님, 우리 같이 힘내요.

상담원은 먼저
님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그건 어떤 실수와 잘못을 했건
사랑했고 이별했던 과거를 후회하며
슬퍼하고만 있기에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기 때문이에요.

반성하고 성찰하는 일과
탓하며 자기를 깎아내리는 일은
전혀 다르잖아요.

첫 번째는 자기 스스로를 성장하도록 하지만
두 번째는 자기 자신을 더욱 미워하게 된답니다.

자신의 행동, 말, 그리고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히 여겨줄 사람은 님 한 분뿐이니까요.

아직도 그 두 선배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떨린다고 하셨지요..

상담원이 이렇게 하세요,
라고 답변을 준다면 저도 참 좋겠어요.
상담원과 님 둘 다에게 더 편한 방식이 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님.
상담원은 님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고 싶은지
스스로 고민해 보는 것이 가장 좋으리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기로에 놓이게 되잖아요.
그 때의 답은 누군가가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할 때만이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님의 마음이 어떻게 해야 님의 걱정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시라는 거예요.
거절당할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다시 한 번 고백하고 싶은지,
아니면 이대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지,
관계가 끊어진 사람과 다시 한 번 연락을 시도하고 싶은지,

그 후에 방법을 다시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어요.

날씨가 추운데 이런 걱정으로
마음까지 얼어붙지는 않았을까 걱정입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몸도 마음도.

그럼, 이만 상담을 마치겠습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알림: 상담내용을 옮기거나 이용하려는 분이 계시다면 사전에 상담소 측에 동의를 구한 다음,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셔야 합니다.>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