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내담이 올라 올 때 마다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며 변화하고자 노력하는 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아 흐믓 하기도 하고 한편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조금 더' 노력하시라고 권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은 이미 어느 정도 스스로 정리가 되신듯 합니다. 님 말씀대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겠는데 '아직 마음이' 문제이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원래 마음이라는 것은 칼로 자르듯 스윽하고 베어지는 것이 아니니 좀 느긋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 더욱이 자신의 실수로 인한 이별은 차마 말못할 슬픔이 되기도 합니다. 너무 미안하고 그러다 원망스럽고 그러다 그립고 이런 악순환을 숱하게 반복하고 반성하게 되는 긴긴 시간들은 정말 가슴을 죄다 헤집어 놓으니 말입니다. 지금 님은 그동안 친구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행동과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이미 잘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물론 맘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멈추지 말고 님이 이미 알고계시는 그 방향으로 천천히라도 계속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하나 더한다면 조금 생각의 패턴을 바꾸어 보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나 때문에 친구와의 관계가 깨졌다. 나는 너무 나쁜 아이다.'라는 생각에서 '나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많은 미숙한 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친구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하지만 그 점에 대해선 언제라도 진심으로 사과할 마음이 있다. 그리고 이제부턴 그 친구와의 관계를 거울삼아 나의 인관관계에서 많은 주의를 할 것이다. 우린 서로 많이 상처 받았지만 서로의 미숙함을 알고 그것을 기반으로 좀 더 성숙할 수 있는 길을 얻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도 모두 나쁘지는 않다'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너무 긍정적이라서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생각 할 수 있다면 님의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두번째로,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처음 상담에도 말씀 드렸듯이 동성애자는 동성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스스로 그것을 자각하고 앞으로 동성애자로서 살아갈 것은 본인이 확고히 한 사람을 일컫는 말 입니다. 또한 병이나 변태성욕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말입니다.
님의 이야기를 읽어 보면, '남자에 대한 상처' /'키스와 같은 스킨쉽'에 대해 간략히 언급되어 있는데, 사실 이런 말들은 동성애자와는 그리 큰 관련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레즈비언들을 향해 '남자로 부터 큰 상처'를 받고 그 이후에 남성혐오로 여성을 사랑하게 되었다고들 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혐오가 있다고 해도 동성에 대해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면 사회적인 편견으로 일상적으로 지탄 받는 동성애자의 길을 택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합니다. 동성애는 이성에게 상처 받은 그 대체 방안으로 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또한 동성애자 하면 많은 사람들이 스킨쉽과 연관지어 생각하곤 합니다. 이 또한 세상이 만들어낸 편견일 뿐입니다. 이성애자가 이성과 섹스하거나 키스하는 집단의 사람들이 아니듯 동성애자 또한 동성과 섹스하거나 스킨쉽하는 집단이 아니니까요. 누군가에 대한 스스로의 사랑을 확인 할 때 스킨쉽하고 싶은 욕구를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스킨쉽은 사랑의 척도가 아닙니다. 세상에는 사랑하지만 스킨쉽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사랑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스킨쉽이 가능한 사람들도 있으니 말입니다.
님의 내담글을 읽다보면 '동성애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듯 느껴집니다. 자신조차도 자각하고 있지 못하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조금 엿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님의 잘못이라기 보단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차단하고 편견을 조장하는 사회의 탓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님이 동성애자로 정체화 하던 이성애자로 정체화 하던 상고나 없이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접하고 스스로의 편견을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아마도 스스로를 알아 나아가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로 자살시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친구와의 관계도 그렇지만 그전에 힘든 일이 있을 때에도 자살 시도를 했었다고 하셨지요. 상담원은 이 부분이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겐 누구나 '차라리 죽고 싶다'라고 말할 만큼 힘든 시기가 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때 정말 자살을 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행동은 아닙니다. 그만큼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하고 실행한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 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의외로 한번 자살 시도를 했거나 자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또 다시 극한 상황에 몰리면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신지요? 사람에겐 생각 뿐 만 아니라 행동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런 패턴들은 님의 진심과는 다르게 일정한 조건이 주어지면 나타나게 되곤 한답니다. 삶을 살아가다 만나는 곤경 앞에 용기를 가질 수 있는 패턴을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스스로를 정돈하고 중심을 잡는 다는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행동의 패턴하나, 습관 하나하나를 조절해 나아가는 것이랍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처음 자살시도를 하게 되었을 때와 그 이후 또 다시 같은 행동을 하게 되었을 때 고민했던 시간의 차이가 얼마인지 말이지요.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요. 그 이후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습관이 되어 버리곤 합니다. 나쁜 습관은 빨리 발을 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앞으론 너무 괴롭다면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화를 풀어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진심을 주변 친구들이 잘 모르는 점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너무 괴롭다는 말을 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혹여 그 친구들이 너무 의외라고 한다면 그것에 대한 해명도 함께 말이지요. 님이 왜 괴로운지 그 이유를 친구들이 알게 된다면 지금 힘든 님의 일상을 옆에서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일 테니까요. 친구들에게 그 친구를 비방하거나 감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를 해서 진심을 전해 보시길 권합니다.
아직 방학이 한 달 여가 남았습니다. 고등학교 땐 물론 공부가 소중하기도 하지만 자신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자시에 대한 고민은 커서 내가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진로적인 고민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 성격은 어떤 것인지, 내 장단점은 무엇인지, 내가 언제 가장 행복한지'와 같은 인성적인 고민 또한 의미 한답니다. 이번 방학에 스스로를 찾기 위한 , 그리고 스스로를 알기 위한 시간을 가져 보세요. 분명 조금은 더 행복해 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또 고민이 있을 때 찾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