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님, 상담소에서 답변을 드립니다.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를 입어 이와 관련된 소송 경험을 하기도 했고
집단 폭력 피해를 겪으며 고통스러웠던 경험 때문에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한 채 성장했다고 적어 주셨어요.
하지만 애인 분을 만나며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하셨네요.
그런데 그 애인 분이 다른 사람을 사귀게 되어
너무 힘들고 혼란스럽고 괴로우시다고요.

애인 분의 모습을 보며
님께서 지금 얼마나 절망적인 심정이실지
상담원 역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담원이 님의 지금 상태를 똑같이 느낄 순 없겠지만,
그리고 님의 맘 속을 속속들이 다 알 수도 없겠지만,
상담원 역시 한 명의 레즈비언으로서
지금 님이 처한 상황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얼마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막막한 기분이 될 지
십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요.

그래서 상담원은 먼저
님을 격려하고 북돋고 싶다는 말씀부터
힘 주어 드리고 싶습니다.

님, 님은 지금 이후로도
이제까지보다 더 행복해지실 수 있어요.
상담원은 그렇게 될 거라고,
분명히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지금 애인 분과 떨어져 지내게 된다고 하더라도
다시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그런 가슴 뛰고 따스한 경험을 할 기회는 또 찾아올 거예요.
이런 절망적인 기분으로
그러한 미래를 님이 스스로 차단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님은 아직 너무나 젊고
이제까지 살아오신 날보다
앞으로 살아가며 누릴 날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만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한 번 사랑을 나누고
이전과는 또 다른 추억을 만들며
행복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무궁무진하고 말이지요.

물론 지금 님이
님의 미래에 놓여있을
무수한 기회들과 행복한 날들을
미처 꿈꾸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우리라는 것을
상담원은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분명히 괜찮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고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감정이 식어 헤어지게 되었을 때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프고 힘든 마음이 들어요.

님, 상담원은
지금 두 분 모두에게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서 결정할 시간 말이지요.

그리고 두 분이 각자 심사 숙고한 끝에
대화를 나누시는 것을 통해
두 분 관계의 앞으로의 향방을
결정하실 수 있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애인 분이 우선은 확실히 선택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언지를 살펴 봐야겠죠.
이건 애인 분이 선택하셔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 선택에 스스로 책임을 지실 수 있어야 하고요.

다른 사람과 교제를 해 보고자 하면서
님 곁에 남아 있는 건
애인 분에게도 님에게도
결코 좋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다른 친구와의 교제에도
님과의 교제에도
집중하지 못하게 되면서
끊임없이 마음이 흔들리고 힘든 시간만을
보내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에요.

애인 분이 그렇게 되면
그런 모습을 지켜 보며
위태롭게 교제 관계를 이어 나가야 하는
님의 마음 또한 점점 더
편안할 수 없게 돼 버릴 터이고요.

이는 곧 애인 분과 님의 관계가
서로 좋아하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따스하고 행복할 수 없게 된다는 걸
의미할 거에요.

애인 분이 두 분이 서로 도와가면서
교제 관계를 이어갈 수도 있겠지만
애인 분이 아무래도 그게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면
이 교제 관계는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거에요.

상대방이 나와의 이별을 결심하게 된
그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결론적으로 나와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겠다, 고 한 것이므로
두 사람이 함께 하던 교제에서 한 사람이 물러날 때
그 관계는 이제 마무리되어야 하는 것이죠.
교제 관계라는 게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유지 가능한 게 아니니까요.

애인 분이
다른 친구 분을 만나겠다고 한다면
두 분은 서로 거리를 두고
이별의 과정을 함께 겪어 나가셔야 해요.
사귀던 때와 같이 지내면
헤어질 수 없게되죠.
그런 시간이 이어지면
관계는 악화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아주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애인 분으로부터
님이
감정적인 분리를
해 나가셔야
궁극적으로 님에게도
좋습니다.

더 이상 예전 같을 수 없는 관계로부터 빠져 나와야
지금 이후, 오늘 이후의 새로운 시간을
머리 속에 그려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에요.

나를 괴롭히는 상황 속에 푹 잠겨 들어 있으면
그 상황으로부터 영영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에
점점 더 무기력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만큼,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애인 분과 말씀을 잘 나누셔서
애인 분이 남자를 계속 만나겠다고 하실 경우
서로 거리를 두고 지내자고
약속하시기를 당부하고 싶어요.

이 교제 관계가 이렇게 정리 되는 데
님의 책임은 없답니다.

님이 겪고 계신 일과
꼭 닮은 일들을 겪는 레즈비언들도 많습니다.
그럴 때면 다들 못 견디게 괴로워하지만
결국 추스르고 자기 맘을 일으켜 세웁니다.
희망을 놓지 않고자 하므로
그런 마음의 치유와 회복이 가능한 거랍니다.

님 앞에 펼쳐져 있는 미래의 시간 속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해요.

님의 상처를 차츰 치유해 나가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 상실감으로부터 점점 벗어나고
그러면서 또 다른 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해 보게 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질 님 자신의 변화를
경험할 기회를
꼭 가지실 수 있길 바랍니다.

끔찍할 정도의 아픔을 이겨 내고
더 튼튼해지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대견해 할 수 있도록
그런 경험을 하는 날을 맞이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힘 내 주세요, 님.

상담원이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이 괴로울 때는
언제든 또 글 남겨 주세요.
항상 님의 아픔을 나눌 준비 하고 여기 있겠습니다.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