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n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지난 번에 좋아하는 분을 향한 마음을
접고자 한다고 글을 올려주셨는데,
정체성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계속 있다고요.
동성인 사람을 향하는 사랑의 감정이
정말 잘못된 것이고 부도덕한 건지
자꾸만 고민이 되고 말이에요.
님. 정체성에 대한 탐색이 쉽지 않지요.
님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내가 누구인가,라는 문제에 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자신을 레즈비언으로서 받아들인 사람들도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고 말이에요.
Bin님은 앞으로도 많은 경험을 하게 되실 거예요.
겪으실 다양한 감정들과 경험들이
님이 누구인가 의 문제에 답하는 데,
그리고 더욱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래요.
외국에서는 동성애자들이 자유로워보이는데
한국에서는 동성애자들이 왜 이리 살기 힘든지
많이 안타깝다고 써주셨어요.
맞아요.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동성애자에 대한 억압이 더 심한 측면이 있답니다.
하지만 외국이라고 해서
동성애자들의 인권이 전적으로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에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미국만 해도 많은 동성애자들이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들로 인해
심각한 폭력을 당하기도 하거든요.
동성애자들의 결혼이 보장된 국가도 많지 않고
입양의 권리는 더더욱 제한되어 있고요.
그러면 이러한 동성애자들을 향한 차별,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요?
님은 정말 동성애가 잘못된 것인지
동성애가 부도덕한 것인지
혼란스러우신 모양이에요.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이성애만 존재하고
이성애가 옳고 바르다는 식의 통념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때때로 동성애가 정말 잘못된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들어 슬퍼지기도 하는 거겠지요.
상담원만 해도
그러한 내 안의 동성애 혐오증을
완벽히 깨기란 쉽지 않고,
동성애에 관한 올바른 정보들을 많이 접하며
자긍심을 얻어가는 걸요.
동성애 혐오증이 왜 이렇게 확장되고.
이성애가 어떻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랑처럼 된 것인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해요.
주된 의견으로는
교황이 동성애를 금지하고 기독교가 보급되며
동성애에 대한 억압도 강화됐다는 이야기가 있죠.
또한 아이들, 엄마, 아빠로 이루어진 가족이
사회유지와 통치에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단위가 되며,
이를 벗어나는 동성애자들을 향한 혐오가
거세졌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하지만 이성애자가 인간의 역사 어디에나 있듯
동성애자 역시,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답니다.
비단 외국의 소크라테스, 나이팅게일 등의
유명한 사람들 뿐 아니라요.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도 동성애자가 존재해요.
조선시대에는 레즈비언 소설으로 불릴만한
소설이 존재하기도 했고,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자빈이 궁녀와 사랑에 빠져
폐빈이 된 이야기도 실려있답니다.
이러한 사랑은,
누군가를 아끼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그 상대가 동성이냐 이성이냐를 떠나
모두 아름답고 존중받아 마땅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유독 마음이 힘들어질 때면,
동성애자와 관련한 책을 읽어보거나
영화를 보는 등의 방법을 통해
마음을 다스려본다면 좋을 것 같네요.
그럼 님.
이만 상담을 마칠게요.
황사가 지나가면 더 따사로와질 거예요.
따스한 봄날만큼 님의 마음도
따스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힘내세요, 님!
-200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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