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상담소에서 답변을 드려요.
사귄지 얼마 안 된 애인과 자꾸 어긋나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힘들어 하고 계시는 중이군요.
두 분이 일하는 시간대도 다르고, 통금도 달라서
같이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님이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서 애인을 보려고 애쓰는데 비해
애인 분은 애인 분 페이스대로 가려는 측면이 강해서
번번히 섭섭하고 갑갑하신 것 같아요.
남겨 주신 글을 통해
...님이 느끼고 계실 서운함과 답답함이
상담원에게 충분히 전해져 왔답니다.
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려 노력하는데
상대방이 그에 걸맞는 반응을 보여주지 않다보니
지치고 힘든 상태이시리라 짐작이 되어요.
상담원은 우선 ...님에게
지금 관계에서 ...님이 원하는 게 무언지
그리고 애인 분이 원하는 게 무언지를
두 분이 한 번 깊이 대화할 기회를 만드시길
권하고 싶어요.
서로 자꾸만 어긋나 피로해지는 상황이므로,
서로가 상대방에게 느끼는 감정이 어떤지,
이 교제 관계에 대해 갖는 생각은 어떤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은지,
이제까지 불만스러웠던 점은 뭐가 있는지 등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관계의 트러블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걸 해결할 방법을 찾아 보는 과정을 거치는게
필요하겠지요.
그 과정을 통해
서로 좋아하고, 교제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합의가 두 분 사이에 이뤄진다면
그렇다 할 때 서로 어떻게 노력하며 맞춰갈지를
같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터이고요.
나의 소망을 상대에게 전달하고,
상대의 진심을 전해 듣고,
내가 고칠 점을 파악하고,
상대에게 부탁하고 싶은 점을 살피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아주 솔직하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대화를 하는 거랍니다.
자기 마음을 상대방에게 설명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어떤 마음인지,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수가 없으니 말이죠.
말하지 않으면,
나는 상대를 배려해서 한 행동이
상대에게는 부담으로만 다가갈 수도 있다는 점,
내게 너무나 큰 상처가 된 말들이지만
사실 그게 상대로서는 정말 별 생각 없이 던진 말들이었다는 점, 등에 대해
이해할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고요.
섭섭한 게 있는데도 무조건 참고 잘 해주거나
애인 분 사정에 일방적으로 맞추려 하기보다
대화하면서 관계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훨씬 더 두 분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
한 시간도 채 같이 못 계신 경우가 많다고 적어주셨는데요.
그래도
하루 정도는 약속을 잘 잡아서
꼭 한 번 이제까지의 관계를 함께 점검해 보고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 나갈지
머리 맞대고 의논해 보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는 진심으로 귀담아 듣고
내 이야기를 할 때는 솔직하게 하되, 조심스레 전한다는
태도로 대화에 임한다면
이야기를 원활히 풀어나가는 데
훨씬 더 좋다는 것 역시 염두에 두시고요.
스케줄에 치이고, 애인 신경 쓰느라
마음 고생도 많으시고 몸도 많이 상하셨을 터인데
무더위도 기승을 부리고 하니
몸과 마음을 다 잘 다독이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격려를 보냅니다.
그리고
무관심을 느낄 때 쉽게 불안해지고 긴장되는 심리 때문에
고생해 오셨다고 적어 주셨는데요.
상담원도 상대방이 냉정한 반응을 보이거나
싸늘한 태도로 상담원을 대할 때면
'내 잘못인가?,' '이 사람 나 싫어하겠지?,' 란 의문이
마음 속에서 생겨나곤 한답니다.
그러다보니, ...님의 심정을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불안해지는 순간에도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걸
상담원은 여러 계기를 통해
배울 수 있었는데요.
내 잘못인가,
저 사람이 날 싫어해서 그런가, 란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워하기 보다
상대방이 보이는 반응에 대해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끌어내는 식으로
내가 나에 대한 '무관심'이라 느낀 상황을 헤쳐 나가는 게
근거없는 자책이나 수치심을
덜어내는 데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모든 걸 자기 탓으로 돌리며
자괴감에 빠지고
자신감을 잃는 일을 반복하게 되면
자존감과 자긍심을 지키기 어려워지니까요.
가령 '뭔가 잘못했나' 란 생각에
계속 불안감을 느끼며 힘들어 하기 보다
'내가 무언가 잘못했는가' 라 질문을 상대에게 던져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어떤 잘못인지 물어보고
설명을 듣고
잘못을 고칠 수 있게 노력하는 거에요.
아니다, 그렇지 않다, 란 대답이 돌아오면
그 말을 받아들이면서
마음을 좀 더 편하게 먹을 수도 있고요.
너무 불안 증상과 긴장이 심하면
말씀하신 것처럼
정신과 상담과 치료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그런 상태를 의사에게 전달한 뒤
의사의 소견에 따라
상담 치료를 지속할 수도 있고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어요.
정신적인 문제건, 육체적인 문제건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
진료 기록이 물론 남지만요,
의사 소견 상 소위 '정상' 상태가 아니라고 해서
그 점을 겁내지는 않으셔도 괜찮아요.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진단을 받은 것이니만큼
도움과 치료를 받으며 호전시켜 나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신과적 진단 상 '정상' 이 아닌 요소가 어떤 사람에게 있다는 사실이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나타내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해요.
사실 어떤 기준으로 '정상'/'비정상'을 가를 수 있는지조차 불분명 하죠.
본인이 스스로 노력하는 것만으로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 시간이 오래되었다면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보는 것도
나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종합 병원 정신과의 심리 상담을
이용해보셔도 좋으리라 생각하고요.
병원 아니더라도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끼는 구체적인 상황들이
이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일 경우
저희 상담소와 상담해 나가셔도 되고요.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는 일과 관련된 문제일 경우
각종 여성 단체 상담 코너를 통해
상담해 나가셔도 됩니다.
상담원이 드린 답변이 ...님이
고민을 해결해 나가시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힘 내셔요, ...님.
오늘은 이만 상담을 마칩니다.
*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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