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입니다.
자신이 레즈비언인데
왠지 필요 이상으로 남자를 경계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남자를 사랑하게 될지도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릴까 두려우신 것 같아요.
자신이 과연 진정한 레즈비언일지
자신이 어렵사리 정한 정체성이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불안하고 고민이 되시는 것 같아요.
남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은 것은
매우 힘든 일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고민을 상담소에 나누신 것을 보아
자신의 고민을 헤쳐나갈 의지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한 의지 자체가 자신의 고민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라고 상담원은 생각합니다.
이러한 용기를 먼저 응원해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레즈비언들은 남자란 존재가
자신과 연애관계가 이루어 지지 않을 수 있는 상대라
편하게 느껴진다고 이야기하는데,
자신은 남자가 부담스럽고, 긴장되며, 이성적인 존재라고 해주셨어요.
이러한 감정이 드는 지현님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남자를 경계하게 되는 감정,
부담스러운 감정,
긴장이 되고, 이성적인 존재로 느껴지는 감정이
스스로에게 당연한 감정일 수 있어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사회에서 이야기 하는
보여주는, 느끼게 하는
‘남성’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지현님이 현재 지니고 있는 감정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보여주려고 하는 ‘남성’이라는 것은
강하고, 능동적인, 이성적인 존재라고 일컬어지고는 해요.
남자란 어떤 사람이다라는 편견도 매우 강하죠.
반면, 약하고 감정적인 것, 수동적인 것은
여성의 모습, 여성적인 것이라고 사회에서는 이야기하고
주입하고는 해요.
이것은 편견이에요.
활달한 것이 남성의 전유물인 양 이야기하는 사회에서
활달하고 행동하는 것을 편히 여기는 여성들도 많고,
부드럽고 섬세한 것을 지니고 있는 남성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여성 혹은 남성이 아닌 것은 아니잖아요.
사회에서 이러한 것들을 주입한답니다.
이러한 편견들은 없어져야 하는 것이고
잘못된 것이에요.
이러한 점이 불편하다고 당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지현님이 현재 지니고 있는 감정이 생길 수도 있어요.
레즈비언뿐 아니라, 이성애자 여성의 경우에도
남성다움, 남성이 가지고 있는 권력 등 때문에
불편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아요.
지현님이 지니고 있는 감정은 괜찮은 것이에요.
하지만 살아가는데 불편한 점이 있다면
어떤 점에 불편하고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찬찬히 생각해보고 다른 부분들을 들여다볼 수 있을 수 있으면 좋은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편견에 부합하는 사람들
그러한 편견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이 분명히 있을 거에요.
그것을 대처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자신이 남성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감을 이야기해주셨는데요.
레즈비언 정체성이라는 것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맞물린다고 상담원은 생각합니다.
때문에 자신이 남자를 사랑하고 싶지 않고
사귀고 싶지 않고
자신이 레즈비언이고, 그렇게 살기로 ‘선택’했다면
지현님은 레즈비언이에요.
하지만 남자를 사랑하게 될 수도
남자가 지현님을 사랑하게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현님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해서
이성애자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정체성은 자신의 고민을 하게 될 때,
유동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이성애자들이 동성을 사랑하고 사귀게 되었을 때,
무조건 적으로 동성애자로 정체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찬가지랍니다.
지현님께서 남자를 사랑하게 되더라도
남자와 교제를 하게 되더라도
지현님께서 스스로를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지현님은 레즈비언이에요.
자신의 정체성은 자신만이 받아들이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이지
누군가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랍니다.
물론 남성과 교제나 감정의 경험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마음이 생긴다면 남성과도 감정을 나눌 수 있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하실 때는
자신을 양성애자로 정체화 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정체성은 자신이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거에요.
지현님께서 레즈비언으로 살고 싶으시면
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을 사시면 되는 겁니다.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받아들이는 과정만으로도 힘드셨을 거에요.
그러한 고민을 마치고 레즈비언의 삶을 선택하고
살고 계신 지현님의 삶을 지지하면서
이만 상담을 마치려고 해요.
고민이 생기시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다시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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