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지님, 상담소에서 답변 드릴게요.
서연지님께서는 개학식날에
짝꿍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좋아하는 여자친구분을 만나셨다고요.
방학 때, 서로 문자를 주고 받으시면서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셨다고요.
며칠전에, 그 친구분께 좋아한다고 고백하셨고
그 분께서는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는 아니지만
연인으로서 서연지님을 좋아하진 않으신다고 적어주셨네요.
서연지님은 그 분을 바라보기 조차 부끄러웠는데
그 분은 서연지님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심정이 드신 듯 하네요.
서연지님께 잘해주는 사람은
선생님이나 친구들..어느 누구에게든
마음이 가고 좋아해서
스스로가 헤픈것은 아닌지
아무나 좋아하는 건 아닌지 속상한 마음에
자신이 싫어지는 미운 마음까지 드신다고요.
사람을 만나 사귀는 것도
관계를 지속하는 것도
여러모로 지치신 마음에
상담소를 찾아와 주셨어요.
서연지님의 소중한 경험과 감정들을
상담소로 나누러 와 주셔서 반갑고 환영합니다.
지친 마음 상담소로 나누러 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잘 오셨다는 이야기를 먼저 해드려요.
서연지님께서 여성에게 끌리는 마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성과 이성에게
똑같이 이끌릴 가능성이 있다고 해요
자신이 여성이라도 하더라도,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이끌릴 수 있다는 것이죠.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는
워낙 혐오적으로 인식되고 있고,
비정상이라고 이야기 되고 있기에
많은 분들이 자신이 동성을 좋아하고,
욕망하는 것에 대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거나
숨기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우리 사회가 워낙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이고
왜곡된 시선과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과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에 대하여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상담원이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동성애는 고쳐야 할 것이라거나 질병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오히려 이성애만이 정상이고,
이성애만을 강요하는 사회가
더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한, 여성에게 이끌린다고 해서
바로 동성애자가 되는 것은 아니랍니다.
동성애자는 자신이 동성에게 감정적, 성적으로 이끌리고
그 것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일컫는 것이기에,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정체화 하기 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해요.
서연지님의 경우에는,
오랜 고민과 정체화의 시간을 거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어느 정도 긍정하고 있으신 듯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연지 님께서 겪으신 것처럼
사회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동성애자들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고,
혐오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므로
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긍정하거나
자긍심을 갖고 사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에요.
사회에서는 흔히 십대 때 동성 친구를 좋아하는 것은
우정 이상의 것이 아니라고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십대의 경험이라고 해서
그 것은 한 때의 방황이라고 말하는 것
또한 사회의 편견 중 하나입니다.
‘이성을 좋아해야 할 청소년들이
아직 어리고 철이 덜 들어서
동성을 좋아한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한 때일 뿐이고,
시간이 지나면 이성을 만나게 되어있다고요.
이렇듯,
십대들의 감정과 고민을
가볍게 무시해버리지요.
그러나 이러한 편견은 우리 사회가 워낙 동성애 자체를
금기시하고 왜곡된 것으로 취급하다 보니,
동성을 향한 십대들의 진지한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에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는 십대들이
자신의 동성애 정체성이나 경험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자긍심을 갖기란 무척 어려운 일인데요.
그러나, 성정체성이라는 것은
나이가 많고 적음에 관계 없이
평생 동안 계속해서 고민해보고
자신 스스로 결정내려야 하는 부분이기에
현재 십대라고 해서 자기 정체성에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것은 아니고요,
어른이라고 해서 모두 정체성을
다 잘 알게 되는 건 아니라는 것 또한 말씀드리고 싶네요.
서연지 님!
누구든 사랑을 해서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요.
그 것이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양성애자든지 간에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위로받고 힘을 주고 받는 관계를 가질 권리가 있지요.
동성 간의 두근거리는 이끌림, 애틋한 그리움,
그 누구보다도 친밀해 지고픈 욕구,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비정상도 죄악도 아니에요.
그 자체로 존중 받아야 하는 감정이랍니다.
이성에게 느끼는 끌림의 감정만큼이나
동성에게 갖게 되는 감정 또한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것이지요.
때문에,
서연지 님께서 동성인 친구들을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서
다른 이성애자의 사랑들보다 못하다거나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상담원은 서연지님께서
지금까지 내가 느낀 감정이
서연지님의 삶 속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여성을 좋아하고
여성에게 이끌리는 감정에
서연지님이 얼마나
솔직해 질 수 있는지에 대해 여쭙고 싶어요.
현재 여성을 좋아하고 있거나
과거에 여성을 좋아한 경험을
내 삶에서 중요한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오히려 내가 여성에게
이끌리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 자연스러운 정체성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 본다면
서연지님이 느낀 감정들을 부정하지 않고
차츰차츰 자연스러워 질 수 있을 거라 생각 되요.
서연지님은 부끄러워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기 힘든 짝사랑 하던 상대가
아무렇지 않게 서연지님을 대하고 있어서
마음이 많이 혼란 스러우실 걸로 생각되어요.
친한 사이였고, 서연지 님의 동성애자 정체성에 대해
이해해 줄 수 있는 친구라 여겼기 때문에
고백을 했다거나,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했을 때
존중 받기를 바라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좋아하는 분께서는
서연지 님이 가지고 있는 동성애자 정체성에 대해
열려 있지 않거나 아직 그 부분을 존중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많은 고민과 좌절, 절망감을 느끼셨겠어요.
서연지님이 동성을 좋아하는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순수한 감정이 왜곡되는 것에 대해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텐데요.
현재 서연지님께서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시겠지만,
상담원이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동성 간의 사랑이나 동성에게 품는 감정이
결코 이성간의 그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에요.
좋아하는 분께 친구 관계가 서연지님의 마음대로 안 되었을 때
좋은 마음으로 시도 했던 관계들에서 힘들었을 때
서연지 님께서 얼마나 괴로우셨을지
속상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마음들에 대해
상담원이 다 알 수는 없어요.
다만, 상담원은
지금까지의 관계가 좌절스럽고 힘들다고 해서
앞으로의 일들도 모두 서연지님을 실망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란 것이에요.
굳이 이성애자 친구들을 좋아하면서
그들에게 좌절당하는 경험을 겪으며
서연지님 스스로를 못났다는 방식으로 생각하시기 보다는
서연지님의
동성애자 정체성을 존중하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시면서
힘을 내시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서연지님과 같은 정체성으로 자신이
동성애자인지 고민하며 지내는 또래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서연지님의 경험들을 이해받으면서
지금까지 속으로만 품어왔던 고민이나 비밀들을
속 시원히 털어 놓으실 수 있을 거에요.
서연지 님께서
아직 10대 시고,
활동이나 상황의 제약이 많아서
비슷한 동성애자 정체성을 가진
친구 분들을 만나는 것이 매우 제한적 일 것이라
생각 되는 데요.
성소수자 10대 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나 알려드릴게요.
자신을 동성애자로 정체화 하고
동성애자끼리의 사랑과 연애 관계를
진행하고 있는 10대들이
커뮤니티를 이루며
서로 지지하고 있답니다.
연령대가 다양하고,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양성애자인 십대들이 섞여서 활동하면서
직접 만들어 꾸려가는 라틴이라는 모임인데요.
라틴(http://cafe.daum.net/Rateen)에서는
성소수자로서 10대를 살아가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풍부하게 나오고 있다고 해요.
내부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다양한 행사와 모임 등을 해나가고 있다고 하니,
서연지 님께서 이 곳에 가입하여 지금 겪고 있는 갑갑함을
또래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나누기를 추천 드립니다.
모쪼록,
서연지님의 상처난 마음이 차츰 아물고
서연지님이 그리시는 예쁜 사랑을 하실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상담글을 마치도록 할게요.
- 상담소 드림
2011-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