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은 다 남자 같은가요?
레즈비언이 남자 같은 사람이냐는 질문을 의외로 많이 받게 되는데요. 먼저, ‘남자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주변의 남성들을 둘러보세요. 생김새도, 성격도, 취향도, 잘하거나 못하는 것들도 각기 다르죠. 사회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한 데 묶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신기하게도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무 자르듯 딱 나누고 있지요? 그것은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여자는 여자답고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회적인 강요를 받아들여, 자기 자신을 여자답게, 혹은 남자답게 보이도록 은연중에 노력하게 되죠. 어릴 적부터 ‘사내 애가 계집애처럼~’ 또는 ‘여자애가 왜 저럴까’ 식의 말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 별로 없었을 거예요. 자기뿐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여성성과 남성성의 잣대를 들이대어 평가하고는 하죠.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아요. 여성성과 남성성을 구분해서 여성은 이래야 하고 남성은 저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의 다양한 개성을 무시하거나 틀에 박힌 방식으로 살도록 강요하는 것이 될 수 있어요. 또한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강요하는 것은 여성과 남성, 트랜스젠더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을 좀더 불행하게 만들 뿐이랍니다.
아마도 레즈비언은 다 남자 같은가 라는 질문에 담긴 ‘남자 같다’는 말의 의미는 우리 사회에서 통상 쓰이고 있는 남성다움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겠지요. 목소리가 크고, 행동이 대범하고, 도전의식이 강하고, 성격이 거칠고, 공격적이고 등의 의미 말이지요. 또한 머리스타일은 짧고, 화장을 안 하며, 치마를 입지 않아야 할 테고 말이에요.
레즈비언이라고 해서 다 “남성적”인 것은 아니랍니다. 어떤 레즈비언들은 사회에서 제시한 남성성의 기준에 가까울 수도 있고, 또 어떤 레즈비언들은 남성성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어요. 이성애자 여성이라고 해서 다 “여성적”인 것도 아니지요? 이성애자 여성들 중에도 바지를 즐겨 입고, 대범하거나 혹은 거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도 많잖아요. 사람들마다 살아가는 모습들이 다르듯, 레즈비언들도 각기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레즈비언이 남자 같다’는 말에도 편견이 들어있지만, ‘남자 같다’는 말 자체에 담겨 있는 편견까지 생각해보길 바래요. 여자답고, 남자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자답지 못한 여자’ ‘남자답지 못한 남자’로 낙인 찍히면서 질책을 받고, 자신만의 개성을 존중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빼앗기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