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요.
동성애자 정체성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인지, 아니면 운명처럼 타고나거나 선천적으로 정해져서 바꿀 수 없는 것인지 묻고 계시는군요.
동성애자란 동성의 상대에게 감정적, 심리적, 성적으로 이끌리는 사람들 중에, 이러한 감정을 받아들여 스스로를 동성애자라고 인식하고 받아들인 사람을 지칭합니다. 즉, 동성인 상대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곧 동성애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죠.
내가 동성을 좋아하는지, 이성을 좋아하는지, 그 자체는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것이라 선택을 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긴 어려워요.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 상대가 동성이냐 이성이냐를 떠나 자연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동성을 향한 이끌림을 인정하고 자신을 동성애자로서 받아들이는 과정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의미에서 ‘의지’가 관여한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 사회는 이성애만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이라고 여기는 편견이 깔려 있기 때문에, 이성애자들은 스스로를 이성애자라고 이름 붙일 필요도 못 느끼고, 자신이 이성애자인지 아닌지를 고민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지요. 이와 달리, 동성인 사람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부인하거나 회피하게 되기 쉬워요. 때문에 자신이 동성에게 이끌린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 고민을 거치며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와, 낙인과 차별에 맞서 살아갈 수 있는 굳은 의지가 필요한 것이랍니다. 안타깝게도, 동성애자임에도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선택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이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죠.
이처럼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선택과 의지는 분명 일정 정도 작용한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날은 동성애자였다가 또 다른 날은 이성애자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에요. 오히려 스스로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선택하고 의지를 다졌기에, 그 정체성이 자신에게 있어 진실하고 더욱 강한 것이 될 수 있죠. 다른 사람이 정체성을 강요하거나 바꾸어줄 수는 없답니다.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동성인 사람에게 이끌릴 수 있는 확률과 이성인 사람에게 이끌릴 수 있는 확률을 동시에 타고난다고 해요. 그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요. 그리고 어떤 사람은 평생 이성만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평생 동성만 좋아한다고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랍니다. 자신이 동성에게 이끌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조차 못해본 채 이성애자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죠. 우리 상담소의 한 활동가는 이를 두고 ‘동성애자는 정체화하지만 이성애자는 사회화된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답니다.
사회의 이성애주의와 동성애 혐오가 점차 사라져, 사람들이 단지 현재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탐색해 나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