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통령의 염려하지 말라는 메세지는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한국교회총연합을 비롯해 교계와의 간담회를 가졌다. 주로 코로나19 방역지침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눈 이 자리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참석자가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동성애에 동의할 자유는 이야기하면서 반대할 자유를 제지해선 안 된다. 이 점을 유념해 달라”고 이야기했고, 문 대통령은 “한국교회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동성혼 합법화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동성애 반대라는 해묵은 혐오의 논리를 내세운 보수 교계에 동조의 뜻을 보낸 것이다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만나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있으므로 (차별금지법) 추가 입법은 불필요하다”고 했고 동성혼에 반대한다는 교계의 주장에 대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2012년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 후 문재인 당시 후보의 연설 자리에서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항의를 했고, 그가 “나중에”를 이야기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건일 것이다.

2017년 소위 ‘나중에 사건’ 이후로 3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이 되었고,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각각 한 차례씩 있었다. 2020년 새롭게 구성된 제21대 국회에는 7년만에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14년 만에 평등법 제정을 권고했으며, 군산시의회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시민들의 의식도 달라졌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난 앞에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더 높아졌고,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묻는 설문조사에 10명 중 9명이 ‘찬성한다’고 답을 했다. 바야흐로 한국사회는 평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만이 이러한 흐름을 못 쫓아가는 듯하다. 2017년 교계를 만나 차별금지법에 반대하고 염려하지 말라 답했던 문재인 당시 후보와, 2020년 우려를 잘 알고 있다는 문 대통령은 무엇이 다른가. 나중에를 이야기했지만 평등으로 가는 길에서 나중으로 밀려난 것은 자신들 뿐임을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부는 언제 깨달을 것인가.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 8월 17일부터 전국 26개 도시, 2,000km를 달리며 평등을 바라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연결하는 ‘전국순회 차별금지법 제정촉구 평등버스’를 운행하였고 수많은 시민들의 평등을 향한 열망을 싣고 국회로 돌아왔다. 현재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계속된 움직임이 있기에 평등버스는 국회로 돌아왔으나, 평등을 향한 요구는 국회만이 아닌 정부를 향하기도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유예된 지난 14년 간 침묵했던 것은 국회와 정부 모두 공범이었으며, 평등과 인권을 위한 법정책 제정에 정부의 책임 역시 막중하다. 그렇기에 지금 문재인 정부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침묵하는 것을 넘어 일부 보수 개신교의 차별금지법 반대에 동조하는 것을 우리는 한 목소리로 규탄한다.

2017년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재출범 이후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외친,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한 구호를 다시 한 번 외친다.

평등한 세상에 나중은 없다,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2020년 8월 29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