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평등버스 마무리 기자회견

8월 17일 오전 10시, 국회 앞 기자회견 후 평등버스 출발
춘천-원주-충주-청주-세종-대전-포항-대구-부산-울산-부산-창원-순천-여수
목포-제주-광주-익산-전주-홍성-아산-천안-평택-수원-안산-인천,
26개 도시를 지나 8월 29일(토) 서울 도착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8월 17일(월) – 29일(토) 2주일간 전국 26개 도시를 순회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평등한 세상을 바라는 시민들을 만나는 <전국순회 차별금지법제정촉구 평등버스>(이하 ‘평등버스’)가 순회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번 평등버스를 통해 국회, 의회, 구청, 공단, 당사, 역사 앞에서, 거리와 광장에서 차별금지법을 원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마음을 실어 국회로 돌아옵니다. 이를 통해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나아가 국회를 압박하는 움직임을 만들고자 했던 12박 13일의 여정이었습니다.

평등버스의 마지막 일정은 서울입니다.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서울에서 대규모 행사를 치르지는 못하지만 평등버스가 서울 일대를 순회하였습니다. 마무리 기자회견은 지난 8월 17일 출발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오후 2시에 진행하였습니다. 평등버스는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담아 왔는지, 지난 7월 2일 선포한 60일간의 국회 압박 집중행동을 마무리하며 9월부터 대국회 방침은 어떠한지 발표하였습니다. 하단에 발언문 첨부합니다.

평등버스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단체 공동협력사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전국의 평등을 향한 시민들의 열망을 실어왔다
국회는 평등에 탑승하라

평등버스가 다시 국회 앞으로 왔다. 지난 8월 17일 평등을 향한 여정을 출발한 지 13일만이다. 전국 26개 도시, 2,000km의 여정을 달리며 평등버스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바라는 시민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모으고 연결해 왔다.

평등버스가 전국 곳곳을 지나는 동안 차별금지법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원주에서는 성소수자 자녀를 둔 어머니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전주 선전전에서는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처음으로 커밍아웃한 발언자도 있었다. 광주에서는 문화제가 끝난 후 조용히 평등버스가 이곳에 온 것에 감사하다고 이야기한 중년 여성은 평등버스가 이 여정을 시작해야 했던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또한 평등버스는 각 지역마다 간직한 고유의 차별경험들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역비하적인 표현들을 듣곤 하는 강원과 충청, TK 지역에 대한 반감을 대표적으로 겪는 대구, 5.18의 아픔을 겪은 광주, 4.3의 아픔과 강정마을의 상처를 간직한 제주, 다양한 지역에서 만나는 차별경험은 다르면서도 또 닮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등버스가 만나는 이들 중에는 혐오선동세력도 있었다. 조직적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평등버스의 여정을 쫓아다닌 이들은, 주로 성소수자, HIV 감염인, 난민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고 외치며 노골적으로 평등버스의 앞길을 막아섰다. 그러나 이들이 날선 혐오를 퍼뜨릴수록 역설적으로 평등버스가 왜 기나긴 여정을 출발해야 하는지가 선명히 드러났다. “가만히 있지, 왜 나와서 차별금지법을 만들라고 하냐”는 이야기에 맞서 차별적 구조 속에서 목소리를 못내는 사람들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트랜스젠더를 비하하고 혐오를 선동하는 외침에 당사자가 대항적 말하기로 받아치면서, 평등버스는 시민들에게 혐오의 민낯을 보여주고 다시 한 번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평등버스가 여정을 이어나가는 동안 코로나19 확산이 다시 심화되었고 평등버스 탑승자들 역시 방역에 만전을 기울이며 여정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평등버스는 멈출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 박차를 가하였다. 코로나19 재난이 우리 사회의 차별적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면 접촉이 많은 보건의료서비스업에 대다수 여성이 종사하는 현실, 제대로 된 보호장구 없이 일해야 하고 또 실직 위기에 내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청도대남병원 등 장애인 수용시설에서의 참사, 가족돌봄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동성커플, 재난기본소득에서 배제되는 이주민 등, 코로나19가 보여 준 우리 사회 곳곳의 차별의 모습들이다. 그렇기에 코로나19라는 재난에 맞서기 위해서는 안전과 방역 수칙 외에도 차별적 구조를 바꾸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평등버스는 결코 멈출 수 없었다.

이제 평등버스는 다시 국회 앞으로 돌아왔다. 평등버스에는 지역에서 만난 다양한 시민들의 평등을 향한 열망과 연대의 마음들이 실려 있다. 이제 이 마음들을 국회로 보낸다. 앞으로 3일 뒤면 제21대 정기국회가 개원한다. 국회는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평등을 향한 시민들의 마음에 응답하라! 국회는 평등에 합류하여 차별금지법을 즉각 제정하라!

평등버스는 이렇게 돌아왔지만 평등을 향한 여정은 결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이 무산되었을 때부터 계속해서 이어져 온, 누구도 남겨두지 않고 모두가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평등의 길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뻗어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기 평등버스와 함께 외친다. 혐오선동에 맞서, 침묵하는 국회와 정부를 일깨우며, 평등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자. 우리가 가는 길이 곧 평등이다!

2020년 8월 29일
각자의 자리에서 평등버스에 탑승한 사람들과 함께,
평등버스 탑승객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