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대중문화를 퀴어링 1강, 시의 투명도를 낮추면

‘대중문화를 퀴어링’을 함께 기획해주시고 첫번째 강의에 참석해주신 회원 ‘무지’님께서 너무 감사하게도 강연 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그럼 첫 강의 어땠는지 후기한번 같이 볼까요???

미디액트에서 강의 신청자들이 앞 자리의 전승민 선생님과 프로젝터 빔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다

‘대중문화를 퀴어링’ 첫 번째 ‘문학’편. 전승민 선생님과 참석자들 사이에 다정한 기운이 흐르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는데요. 그래도 늘 시 앞에서 작아지는 저로서는 ‘시도 어려운데 시를 퀴어하게 읽는 것은 훨씬 더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버릴 수가 없었어요. 그런 저의, 혹은 우리의 마음을 꿰뚫어보셨는지, 의미로 겹겹이 둘러싸인 단어와 문장들의 속살에 파고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시 읽기를 어렵게 만든다면, 시의 불투명도를 낮춰 시를 읽을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다만 ‘시인’의 의도를 찾는 것이 시 읽기의 최종 목적은 아니고, 무엇보다도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에 집중해서 읽어야 함을 강조하셨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편견을 버리고 마음도 활짝 연 상태에서 시를 읽어야 한다고요.


또한 시 읽기의 유용한 도구이자 축을 알려주셨어요. 첫 번째는 시적 주체의 욕망을 생각해보는 것, 두 번째는 시에 등장하는 존재들 사이의 관계성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축은 이번 수업을 통해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전승민 선생님은 ‘퀴어한 시’로서 황인찬 시인의 「외투는 모직 신발은 피혁」으로 시작해 최재원 시인의 「그녀가 가져온 케이크에 촛농이 흘러넘치도록 나는 사족을 다한다」 「그대여」, 이어 신이인 시인의 「작명소가 없는 마을의 밤에」, 고 백설이 시인의 유고 시집 속 시, 이영광 시인의 「내일에게」를 소개해주셨는데요. 특히 황인찬, 최재원, 신이인 시인의 시는 한 줄 한 줄 따라 읽으며 꼼꼼한 독해, 비평의 첫걸음을 몸소 보여주셨고, 황인찬 시인의 시에서는 지금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퀴어라면 대부분 기억하고 있는 한 특정한 사건을 평범해보이는 시어 속에서 포착하는 것, 최재원 시인의 시에서는 시가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모호함에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져 자신의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다시 생각해보는 방식으로, 서로 너무나 다르지만 ‘퀴어한 시’들과 이 시를 ‘퀴어하게 읽는 법’을 최대한 쉽게 알려주셨습니다. 각 시인의 특징과 트레이드 마크, 시집과 시편 사이의 연계성까지 두루 살피며 시에 대한 흥미를 더해주셔서, 집에 가서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뜯어볼’ 생각에 마음이 두근두근할 정도였답니다.

미디액트에서 강의 신청자들이 앞 자리의 전승민 선생님과 프로젝터 빔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다


‘퀴어’에는 사전적인 정의가 있지만 각자가 퀴어함이라고 여기고 느끼하는 것은 조금씩 다를 것 같습니다. 그런 감각들을 배경삼아 시를 천천히 더듬어 읽어나가다 보면 기대와 들어맞는 지점, 어긋나는 지점들이 더 생생하게 와닿고, 그런 만큼 시 읽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퀴어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피라 님의 ‘GL, 비판적으로 착즙하기’ 강의가 준비되어 있는데요. 제목부터 굉장히 집요하게 GL을 파고들어주실 거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몸과 마음 모두 편안한 추석 보내시고, 다음 시간에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줌 강연이니 부담 없이 가볍에 참여해주세요~

-사포의서재 활동가 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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