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 2015년 새해를 맞아 인사드립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가 창립한지도 20년이 지났습니다. 상담소가 이렇게 20년을 버티기까지 활동의 가치를 믿고 동행해주신 후원인의 역할이 컸습니다. 여성이반의 공간을 만들었고, 그 공간을 시작으로 여성이반의 목소리를 기록해 나갈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여성이반을 없는 취급하는 사회에 맞설 수 있었습니다. 20년 전에 비하면 여성이반들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요즘 저희들은 창립 20주년 이라는 무거운 딱지를 잠시 내려놓은 채로 앞을 내다보려 애씁니다. 그런데 정말 많은 걱정이 듭니다.
여성이며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겪는 차별과 폭력 피해들은 더 드러나고 있고, 성적지향으로 인한 당사자와 주변인들의 갈등 양상도 복잡다단해졌습니다. 이런 사건들을 우선 접하고 지속적으로 상담하며 지원을 모색하는 일이 상담소의 일차적인 역할이기에,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운영 기반과 활동가 구성이 필요합니다.
또 여전히, 지지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에 접근하기는 커녕 만나서 상담조차 받기 어려운 지역의 당사자들을 가까이서 만나야 합니다. 그간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사자 뿐 아니라 이들의 (제도권) 배우자, 자녀, 부모의 인식수준에 맞춘 안내서도 배포하고, 여전히 잘못된 정보들이 더 많이 생산되는 레즈비언 커뮤니티가 변화하는데 제 몫을 했으면 합니다.
사실 상담소에는 언제나 이런 일들을 하고자하는 활동가들이 많았습니다. 멋진 역사로 남아있기도 합니다. 다만 안정적인 활동기반을 마련할 길이 보이지 않아서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상담소에서는 작년 연말부터,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하는 첫걸음으로 본격적인 모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다행스럽게도 많은 기존의 후원인들과 새 지지자들께서 힘을 모아주시고 있습니다.
이런 힘을 기억하면서, 올 해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걱정이 희망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재밌는 활동들로 여성, 성소수자의 삶과 인권을 말하겠습니다. 그 길에 늘 함께 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