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받으면 동성애가 나을 수 있나요?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꾸는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병리적 접근이 훨씬 더 당연시되었던 과거에는 심리학계에서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꾸고자 하는 전환치료가 공공연히 시행되기도 했으나, 오랫동안 연구결과가 축적되면서 전환치료의 효과가 존재하지 않음이 드러났습니다. 전환치료는 성적지향을 바꾸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내담자에게 여러 면에서 해가 될 수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한국 심리학계에는 아직 전환치료에 대한 지침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은 실정입니다만 심리학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심리학회에서는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꾸려는 전환치료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상담자가 동성애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동성애자 내담자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기를 요구하고 있지요.
만약 상담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상담자나 의사가 동성애 성향을 바꿀 수 있다며 치료를 받기를 권한다면, 이는 효과가 전혀 입증되지 못한 치료법이며 오히려 당신에게 해가 될 수 있으니 주의를 하시기 바랍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억지로 생기지 않습니다. 이미 좋아져버렸는데 일부러 안 좋아하기도 정말 어렵습니다. 성적지향을 일부러 바꾸기가 힘든 까닭입니다. 혐오요법을 통해 동성을 향한 끌림이나 성적인 흥분을 잠시 억누를 수는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치료 대상이 이성애자가 되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인위적인 억제와 강제가 오히려 치료 대상을 고통스럽게 만들 뿐입니다.
그리고 동성애를 치료하고자 하는 생각 자체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봐야 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동성애는 질병이고 이성애만이 정상이기 때문에 동성애를 치료할 수 있다면 바꾸는 것이 더욱 낫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성애와 이성애는 각각 하나의 성정체성일 뿐입니다. 뭐가 낫고 뭐가 문제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무엇이 비정상이고 무엇이 정상이라고 구분할 수도 없습니다. ‘이성애를 치료할 수 있다면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상하게 들립니다. 동성애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성애는 비정상적인 것도, 질병도 아니기 때문에 동성애를 치료할 필요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