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레즈비언이라는 커밍아웃을 언제 어떻게 해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좋은 커밍아웃의 법칙 같은 건 없습니다. 당사자마다 자기 사정에 맞게, 자기 욕구에 따라 준비하고 실행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커밍아웃이 성공적인가 아닌가도 일반화시켜 말하기 어렵습니다. 가령 당사자가 커밍아웃한 상대가 당사자를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를 그 자체로 실패한 커밍아웃이라 여기면 곤란합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애초에 커밍아웃할 용기를 냈다는 사실, 실제로 커밍아웃을 했다는 사실, 커밍아웃 이후 직면한 적대적 반응을 이겨냈다는 사실 등을 토대로 나름 성공한 커밍아웃이라 자평할 수도 있는 문제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법칙이라고는 있기 힘든 게 커밍아웃이지만 커밍아웃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라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만한 기본적인 고려 사항 몇 가지 정도는 짚어볼 수 있겠습니다. 일단 커밍아웃은 본인이 준비되었을 때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충동적으로 홧김에 저지르기보다는 커밍아웃을 하고 싶다는 분명한 욕구를 가지고 커밍아웃에 따를 상황들을 충분히 떠올려 본 뒤에 자기가 준비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 하는 것이 좋다는 뜻입니다.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커밍아웃을 할 것인가를 당신이 감당 가능한 선에서 당신의 상황에 맞게 고민하세요. 내가 커밍아웃을 하고자 하는 상대와 나의 관계 양상, 동성애에 대한 상대방의 평상시 태도, 내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그 사람이 보일 반응의 경우의 수, 특정한 반응에 내 쪽에서 대처할 방법 등을 하나하나 떠올려 봅니다. 당신의 커밍아웃을 접하고 이것저것 궁금해 할 상대방에게 잘 설명해 주기 위해서는 당신부터가 동성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폭넓게 숙지하고 있어야 할 터입니다. 커밍아웃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다양하게 조언을 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를 비롯한 여러 성소수자 단체에 참고할만한 자료를 문의하여 관련 책자 등을 골고루 읽어두는 것도 좋겠지요. 만일 커밍아웃을 계기로 기존에 받던 경제적 지원을 못 받게 될 상황이 우려된다거나 하면 우려가 현실이 되기에 앞서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한 다음 커밍아웃을 하는 게 현실적인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