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동성애자이고 동성 연인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거짓말 하는 게 너무 괴롭습니다.

제가 동성애자이고 동성 연인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거짓말 하는 게 너무 괴롭습니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건 참 슬프고 아픈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누구에게도 소개하지 못한 채 두 사람만 관계 안에 갇혀 버리는 것도 정말 쓸쓸한 일이고요. 당신 자신과 당신이 하고 있는 사랑을 부정하는 발언을 계속해야만 하는 상황 자체가 압박일 수 있습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으면서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느낌에 휩싸이기도 할 터입니다. 이성 교제를 하는 이들은 다른 사정 때문에라면 몰라도 이성과 교제를 한다는 사실 자체로 인해 교제 사실을 숨길 까닭은 없는 만큼 그들과 당신의 사정을 견주어 보며 박탈감에 시달리기도 쉽습니다. 당신한테는 잘못이 없고 당신의 사랑이 잘못된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 이렇게 숨막히게 숨어들어야만 하나 막막할 터입니다.

당신의 괴로움을 혼자서만 감당하려 하지 말고 누구보다 연인과 함께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지금과 같은 상황을 답답해 하는 건 당신만이 아닐 겁니다. 당신의 연인도 여러모로 힘들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지내도 좋겠는지, 변화를 모색할 필요는 없겠는지 등에 대해 같이 이야기해 보세요. 당신의 애인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 당신을 애인으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보세요. 그러면서 두 사람이 주변 사람들의 낙인과 비난을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관계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보면 좋겠습니다. 동성애자들의 공동체, 동성 커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임 등에 참여해 보는 겁니다. 당장 일상 생활 속에서 지인들에게 커밍아웃을 하지는 못한다 해도 이렇게 동성애자 커뮤니티와 접촉하는 것 역시 커밍아웃의 일환이랍니다. 비슷한 경험을 하며 같은 고민을 해왔을 사람들과의 만남은 당신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당신의 존재와 당신의 교제 사실을 열어 나가면서 커밍아웃 대상의 범위를 늘려가면 됩니다.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커밍아웃을 할 것인지 하나씩 찬찬히 준비하는 거예요.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감당 가능한 만큼씩만 해 나가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