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동성애자라는 걸 알게 된 남자 지인이 성정체성을 폭로하겠다며 성관계를 요구해요.
그러한 협박에는 절대 응하지 않도록 합니다. 한 번 상대방의 요구에 응하게 되면 이러한 요구가 중단되기보다는 당신이 아웃팅에 대한 공포를 내려놓기 전까지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상대는 자신만만해져서 더욱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당신이 용기 있게 상대방의 협박을 물리칠 경우, 상대방은 오히려 포기하고 물러나는 것밖에 도리가 없을지 모릅니다. 자기가 협박했던 대로 당신의 성정체성을 폭로할 경우 당신 쪽에서도 협박 사실을 폭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아웃팅 협박을 무기 삼아 성관계를 요구한 파렴치한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모르지요. 그는 막무가내로 정말 당신의 성정체성을 폭로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기에 당신은 그의 협박을 단호하게 물리칠 때 당신의 성정체성이 실제로 폭로될 상황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잘 해두어야 합니다. 일단 폭로되고 난 뒤의 상황 수습은 과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미리 그려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문을 부정하고 이상한 이야기라고 일축해 버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당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소문 자체는 부정하되 협박자의 괴롭힘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나마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을 터이고요. 내키기만 한다면 이 참에 용감하게 커밍아웃을 하면서 협박자의 행태를 낱낱이 고발할 수도 있습니다. 나에 대해 소문 낸 그 사람이 실은 자기와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내 성정체성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었다고 말입니다. 가족, 학교, 직장 등에 당신의 성정체성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 만큼 아웃팅 이후의 상황이 너무나 두렵게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정체성이 드러나면 내 삶은 무조건 망가지고 말 것이라고 지레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커밍아웃이나 아웃팅 이후의 파장이 생각보다 그리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수도 있고요. 힘든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헤쳐 나갈 정도는 될 지 모릅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막자고 협박에 굴복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