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자인데 여자를 사귀고 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남자면 좋겠어요.

저는 여자인데 여자를 사귀고 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남자면 좋겠어요.
 
동성 교제를 하고 있는 가운데 애인이 이성이기를 바라게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첫째, 이성 커플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누릴 많은 일을 동성 커플은 쉽게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니 그게 너무도 억울하고 원통한 나머지 애인이 이성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어버리는 경우입니다. 둘째, 지금 애인과 어떤 계기를 통해 교제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연인으로 정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동성이 아닌 이성인 경우입니다.

첫 번째 경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고 커플로서 인정받고 싶습니다. 가족을 꾸려 단란하게 살아가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애인이 동성일 경우 남들에게 애인의 존재를 알리고 두 사람이 커플로서 축복받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축복은 고사하고 대놓고 비난 당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일 정도로 동성애나 동성교제에 대한 편견이 크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만드는 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동성 커플을 배우자 관계로 인정하는 법제도적 장치가 전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회 제도가 기본적으로 이성 부부와 그 자녀로 구성된 이성애 핵가족 형태를 중심으로 짜여 있지요. 사정이 이러하니 내가 하는 교제가 동성 교제가 아니라 이성 교제면 좋겠다는 마음이 당연히 들 법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당신의 애인과 당신의 성별이 같다는 사실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당신이 하고 있는 동성 교제가 아니라 동성애와 동성 교제에 대한 사회의 편견, 낙인, 차별이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니 동성 교제를 하면서 겪는 억울함이나 박탈감 때문에 힘들다면 애인이 이성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라기 보다는 한국 사회의 이성애중심주의를 변화시켜 나갈 길을 찾는 데 더 공을 들이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동성애, 동성 교제, 동성 커플이 중심이 되는 가족 등이 차별 받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진다면 내 애인이 이성이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도 생기지 않겠지요. 동성 간의 관계 그대로도 충분히 편안할 테니까요. 부당하고 불리한 환경에서도 동성애자들은 주체적으로, 또 창의적으로 인생의 길을 내고 있습니다. 일반 사회에서는 커플로 쉽게 인정받지 못한다 해도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마음이 통하는 지인들을 만나가며 아주 탄탄한 지지망을 형성해 나갑니다. 동성 배우자를 배우자로서 법적으로 증명할 길은 없다 해도 재산 공동 명의 설정, 피상속자 지정, 의료 행위 관련 보호자(법정 대리인) 지정 공증 등을 함으로써 현행 법제도로는 보장받기 어려운 부분을 보충하기도 합니다. 당신도 자기가 맺고 있는 관계를 더욱 소중히 아끼고 실질적으로 지켜나갈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기를 바랍니다.

그럼 두 번째 경우를 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여자 애인이 아니라 남자 애인을 사귀고 싶은 경우이지요. 이때 남자를 사귀고 싶다는 당신의 욕구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여자인 애인을 남자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애인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계속 사랑하며 만날 수 없다면 이 관계의 미래는 너무도 불안정하고 불투명해지지요. 자기를 보면서 끊임없이 다른 존재를 욕망하는 당신을 계속 겪게 되면 애인도 무척 괴로울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당신은 마음에 드는 남자를 따로 찾아야 합니다. 애인이 남자였으면 하 까닭이 육체적인 데 있든 정신적인 데 있든 여러 가지를 다 아우르는 것이든 남자와 연애를 하고 싶은 게 분명하다면, 여자가 아닌 남자를 만나는 편이 당신에게 훨씬 더 좋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