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자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남자가 되고 싶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트랜스젠더인가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같은 성별의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거나 사귀는 관계가 되었다고 해서, 자신이 다른 성별의 사람처럼 되어야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동성 간의 사랑과 이성 간의 사랑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수많은 여성들이 같은 성별의 사람과 사랑하고 사귀고 함께 인생을 일궈나가고 있답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동성애자 정체성을 하나의 의미 있는 정체성으로 인정하고 긍정하는 내용의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TV를 켜봐도, 영화를 보아도, 주변에선 이성애자 남녀간의 사랑과 가족 얘기만 주되게 흘러나오고 있으니 ‘이성애만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형태의 사랑’이라는 뿌리 깊은 편견이 쉽게 제거되지 않지요.
그런 이유로 동성애자들 중엔 ‘같은 여자를 좋아하다니 어딘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여자를 좋아하는 나는 혹시 남자인 것이 아닐까?’, ‘사회에서 말하는 트랜스젠더가 바로 나 같은 사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하고 고민하는 이들도 있답니다. 성확정수술(성전환수술)을 하고 호적정정까지 하면 우리 사랑을 남들에게 인정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고요.
남자가 되고 싶다는 욕구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질문하신 분에게 상담원이 당신은 레즈비언이지 트랜스젠더가 아니다 라고 하거나, 당신은 트랜스젠더인 것 같다 라고 말씀을 드릴 순 없답니다. 다만, 여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남자가 되고 싶고, 여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트랜스젠더인 것 같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자주묻는질문들(FAQ)의 “트랜스젠더”와 “레즈비언” 항목을 찾아 읽어보면서, 이제까지의 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며 자신의 정체성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셨으면 합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설명과 레즈비언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자신의 상황과 고민들에 어느 쪽이 가까운지 생각해보시기 바래요.
누구도 님의 성 정체성을 규정지어 줄 수는 없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둘러싼 판단과 선택은 항상 본인의 몫이지요.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여자를 좋아하고 남자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니까 성별을 바꾸어야 하나 보다’라고 막연히 생각하기보단,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어떤 모습이 나의 가장 솔직하고 편한 모습인지에 대해 고민해보세요.